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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노미야 히로히토" 창씨개명 강요하는 일제에 '빅엿' 날린 우리 조상들

일제의 강압을 이기지 못한 대부분 조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계를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영화 '동주'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히라누마 도쥬(尹東柱). 일제강점기 시절, 짧은 생애를 별처럼 살았던 인물의 이름이다.


그는 이 이름을 참 싫어했다. 누군가 자신을 "히라누마 도쥬!"라고 부르면 잔뜩 찡그린 얼굴로 대답하곤 했다.


가슴 속에는 비통한 마음뿐이었다. 이름을 잃고, 민족을 잃고, 나라를 잃은 슬픔에 사무쳐 밤하늘의 별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슬픔과 괴로움을 고스란히 담아 시를 한 편 썼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중략)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윤동주, '참회록' -


인사이트영화 '동주'


윤동주 시인은 '참회록'이라는 시로 말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이름마저 잃다니. 자신의 처지가 가여웠다.


부끄러웠다. 결국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일본 이름으로 바꾼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당시 일제는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일본식 이름으로 바꿀 것을 강요했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창씨개명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신사참배를 의무화하고 징병제를 시행했다.


인사이트EBS '역사채널e'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름마저 빼앗긴 슬픔은 감히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물론 친일파들은 제외하겠다).


일제의 강압을 이기지 못한 대부분 조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계를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나름대로 저항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풍자와 해학의 민족 아니겠는가. 그 특징을 잘 살려 창씨개명에 저항했던 것이다.


당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누쿠소 구라에(犬糞食衛)'라고 창씨개명을 신고한 경우가 있었다.


인사이트EBS '역사채널e'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뜻은 바로 '견분식위'. 즉 "개똥이나 먹어라"라는 의미다.


비슷한 이름으로는 이누코 쿠마소(犬子熊孫, 견자웅손)으로, "단군의 자손이 개가 돼버렸다"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창씨개명은 거절당했다.


가장 유쾌한 이름은 바로 일왕의 이름을 풍자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왕은 '쇼와 덴노'였다.


그의 본명은 '히로히토(裕仁)', 어린 시절 쓰이던 궁호는 '미치노미야(迪宮)'.


인사이트영화 '군함도'


이것을 합쳐 '미치노미야 히로히토'라고 창씨개명을 신청했다. 그야말로 '빅엿'을 먹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와 같은 창씨개명의 일화는 남의 땅을 침략해 야욕을 부리던 일제에 우리 조상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했던 사례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