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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살한 날 '이어폰' 귀에 꽂고 자서 못구했다며 자책하는 딸

이어폰을 꽂고 자느라 자살한 엄마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딸의 사연이 공개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연 기자 = "그날 밤 혹시라도 내가 엄마의 자살을 막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엄마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조차 자지 못하는 은정 씨(30, 가명). 그녀는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은정 씨의 고통은 지난 1월 그날부터 시작됐다. 문제의 밤,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알코올중독인 엄마의 술주정에 시달렸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주를 3병 이상 먹으며 큰 소리를 내는 엄마 때문에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곤했던 은정 씨는 엄마의 소음을 피하기 위해 방에 들어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난 그녀가 방문을 열고 마주한 건, 굴러다니는 술병도 전날 밤의 너저분한 흔적도 아닌 목을 맨 채 싸늘하게 주검이 된 엄마의 시체였다.


그녀는 벌벌 떨면서 119에 신고를 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 탓에 집 주소조차 말하기 힘들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은정 씨는 정신을 차릴 새 없이 경찰관들에게 조사를 받고 엄마의 장례까지 치렀다.


그녀에겐 엄마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날 이후 매일매일 엄마의 자살을 목격했다는 충격에 시달렸다.


이후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은정 씨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녀는 '만약 그날 내가 이어폰을 꽂지 않았더라면, 방문을 닫고 잠들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죄책감이 자신을 옥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달 30일 은정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사연을 밝히며 "엄마의 자살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받고 싶다"고 말했다.


1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은 "남은 삶이 있다", "급하지 않게 한 발씩 밝은 곳으로 나오길 바란다"는 위로를 전했다.


또다른 누리꾼들은 "나도 부모님이 자살을 했다. 그 트라우마를 이해한다"며 은정 씨를 독려했다.


한국은 1년에 1만 3092명,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다. 2003년 이후 13년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의 주요 동기는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적 문제와 가정 문제가 대부분이다.


수치로 접했을 땐 와닿지 않지만,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