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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살해한 일본 자객의 후손은 12년간 한국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2005년 5월 9일,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 자객의 후손이 한국을 찾아 처음으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인사이트KBS 9시 뉴스 


[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1895년 10월 8일 새벽, 수십 명의 일본인 자객들이 경복궁에 난입했다.


일본 군대와 경찰 등이 경복궁을 공격하는 사이, 자객들은 명성황후의 처소인 건청궁 옥호루로 쳐들어가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을미사변'이라고 불리는 이 끔찍한 사건은 러시아 및 청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한 일본의 계획적인 암살이었다.


명성황후가 살해되고 110년이 지난 후인 13년 전 오늘(2005년 5월 9일), 12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았다.


자신의 선조들이 행한 만행을 사죄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인사이트2015년 5월 9일 경복궁과 홍릉을 찾아 사죄한 가와노 다쓰미, 이에이리 게이코 / SBS 뉴스


인사이트SBS 뉴스


시해범 48명 가운데 구니도모 시게아키의 손자 가와노 다쓰미씨와 이에이리 가가치의 손자며느리 이에이리 게이코씨, 그리고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10명이 입국했다.


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합장묘인 홍릉과 경복궁 건청궁 옥호루를 찾은 가와노 다쓰씨와 이에이리 게이코씨는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로 사죄했다.


그 후 이들은 매년 한국을 찾아 조상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참회해왔다.


가와노 다쓰미씨는 지난 2012년 3월 사망하기 전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찾아 사죄했다.


일본인 자객 후손들의 방한을 주도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해마다 명성황후 시해일인 10월 8일이면 한 나라의 국모를 살해한 사건을 반성하기 위해 제향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2015년 명성황후 시해 120주기 추도제를 찾은 후루사와 지요가쓰 / KBS 뉴스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쿠시다 신사에는 명성황후 살해에 사용된 '히젠도'가 여전히 보관되고 있다.


히젠도가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탓에 이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이 후쿠오카를 찾았다 이 신사를 관광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3년 전 오늘, 한국을 찾아 조상의 잘못을 뉘우친 뒤 12년간 사죄해 온 이들의 사연에 일본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를 무참히 살해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며 용서를 비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인사이트히젠도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