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기억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 아픔을 버스 광고로 내건 공주고 학생들
공주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바자회를 기획해 번 돈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게 하는 버스광고를 냈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잊으면 지는 거니께"
충남 공주시 100번 시내버스 광고판에 붙은 이 말이 많은 시민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있다.
해당 문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대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버스 광고를 기획한 이들이 공주고등학교 학생인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10일 공주고등학교 백경자(48) 교사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 교사에 따르면 버스 광고를 낸 학생들은 지난해 1학년 2학기 '빛깔 있는 학급별 창의 주제 활동'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여러 아이디어 중 버스광고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구체적인 목표는 섰는데, 문제는 비용이었다. 이때 학생들에게 돌파구가 되어준 것이 바자회다.
학생들은 그해 10월 교직원과 학생들로부터 책, 옷, 학용품 등 쓰지 않는 물건 200여 점을 기부받았다.
한 달 뒤 벼룩시장을 열었고, 처음 예상했던 액수보다 훨씬 많은 6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학생들은 이 돈으로 위안부 배지 400개를 샀고, 벼룩시장에 물건을 기부한 학생과 교사 등에게 200개를 선물했다.
그리고 남은 배지 200개 중 100개는 교내에서, 나머지 100개는 인근에 있는 공주사대부고까지 가서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에 쓰일 거라는 말에 많은 학생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배지는 순식간에 동났다.
배지를 '완판' 시키고 남은 수익금은 38만원. 몇 개월 간의 고생 끝에 번 돈이지만 사실상 버스 광고비로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내버스 광고대행사로 직접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고 딱 한 달 만이라도 광고를 걸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설명을 들은 광고대행사 김강철(50) 대표가 이들을 지원했다. 애초 계약 기간인 한 달을 넘어 일 년 동안 해당 문구를 버스에 붙여두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광고판은 오늘도 100번 시내버스와 함께 공주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 우연히 그곳에 시선을 던진 사람 모두에게 이 노란색 광고가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길 학생들은 바라고 있다.
광고판에 적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해요, 우리!"라는 말처럼 말이다.
백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버스광고 외에 후속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