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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놀러 간 관광객들 눈물 흘리게 만든 돌무덤 옆 '짱구 흰둥이 인형'

각종 과자와 인형이 놓인 제주도의 작은 돌무덤에 얽힌 사연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자극하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TheBlueHouseKR'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북촌리. 제주도의 작은 해변 마을이다. 이곳에 한 돌밭이 있다. 


그 위로 작고 앙증맞은 인형이 있다. 귀엽기만 한 인형인데, 추억을 쌓으러 제주도에 놀러 왔던 관광객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왜일까. 


지난 3일 청와대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진 몇 장을 게재했다. 풀숲 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있는 작은 돌무더기를 포착한 사진이었다.


인사이트Facebook 'TheBlueHouseKR'


아름다운 제주 봄 풍경을 뒤로하고 포착된 돌무더기 위로는 인기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강아지 캐릭터 흰둥이 인형 등과 꽃, 과자, 장난감 등이 놓인 모습이다.


검은 돌에 둘러싸인 이 작은 터는 정확히 70년 전 발생한 제주 4·3 사건의 역사 현장 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픈 곳으로 불리는 '너븐숭이 애기무덤'이다. 너븐숭이는 제주말로 넓은 돌밭을 뜻한다.


이념 갈등이 발단이 된 무력충돌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 주민들이 학살당한 사건인 제주 4·3 사건은 확인된 희생자 수만 1만 5천여 명, 유족들만 5만명이 넘는다.


이때 목숨을 잃은 사람은 비단 성인들뿐만이 아니었다. 무장단체의 사격으로 젖먹이를 안고 있던 여인들, 그 품에 안겨 있던 젖먹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Facebook 'TheBlueHouseKR'


사진 속 애기무덤은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무서워하며 죽어갔던 어린 생명들이 임시로 묻힌 돌밭인 것.


70년 전 희생당한 아이들이 있는 이곳에 70년 뒤 오늘날의 어른들이 다녀갔다. 심심하지 말라고 장난감과 과자를 놓고 갔다. 그 위로 4월의 햇살이 빛났다.


4월은 제주도에 있어 푸른 바다와 검은 돌담 사이에 노란 유채꽃이 피는 계절이다.


자신만의 꽃을 미처 피우기도 전 스러진 아기들을 더욱 기리고 또 기억해야 한다고, 흔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봄날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TheBlueHouseKR'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