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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잿더미 된 집에서 참전용사 남편 훈장 찾으려 애쓰는 할머니

강원 고성군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잿더미가 된 집에서 참전용사 남편의 훈장을 잃어버린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인사이트산불로 전소된 자택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최옥단 할머니와 아들 김법래 씨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강원 고성군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잿더미가 된 집에서 참전용사 남편의 훈장을 잃어버린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송두리째 잃은 최옥단(72) 할머니가 자택에서 남편의 유품을 찾다가 녹아버린 무공훈장을 보고 한탄했다.


어머니와 함께 있던 아들 김법래(48) 씨는 처참하게 녹아버린 훈장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최 할머니의 남편 고(故) 김남출 할아버지는 1971년 베트남전 참전과 1987년 향로봉 무장간첩 생포 공로를 각각 인정받아 화랑무공훈장을 두 번 받았다.


인사이트남편의 훈장을 찾고 있는 최옥단 할머니 / 연합뉴스


이후 2002년 이곳을 터전 삼아 벼농사와 고추밭을 가꾸다 5년 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 할머니는 화마로 잿더미가 된 집에서 맨손으로 남편의 흔적을 뒤졌다.


그는 "이게 훈장이 있던 자린데 싹 다 타서 녹아버렸네"라며 "남편을 보내고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힘들게 살면서도 집 한쪽에 고이 모신 훈장인데 알아볼 수도 없으니 이게 다 내 운명인가 보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김씨는 28일 오전 6시경 잠을 자다가 매캐한 냄새를 맡고 눈을 떴다. 


인사이트김법래 씨가 산불에도 살아남은 애완견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눈을 떠보니 밖은 점점 연기가 번지고 있었고, 소방차와 경찰차가 집 건너편 산으로 줄지어 향하고 있었다.


김씨는 급히 최 할머니를 데리고 집에서 빠져나왔다. 김 할아버지의 훈장은커녕 옷가지나 가재도구를 들고나올 경황도 없었다.


어머니를 공설운동장으로 대피시킨 김씨는 불길이 앞마당을 지나 창고와 집 전체를 집어 삼키는 것을 목격했다.


네 평 남짓한 컨테이너를 빼놓고 집 전체가 불에 타버렸다. 2002년부터 16년 동안 살던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은 것이다.


인사이트김남출 할아버지의 화랑무공훈장증 / 연합뉴스


다행히 컨테이너 안에는 아버지의 훈장증과 국가유공자증, 공로표창장, 감사장 등이 있었다.


김씨는 "이것들이라도 건졌으나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농기구와 농약, 비료 등이 모두 타버려 당장 올해 농사가 막막한 상황이다.


최 할머니는 극적으로 살아남은 자신의 애완견 바우를 어루만지면서 "더 힘든 삶도 살아냈는데 방법이 있겠지"라며 "다만 나라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걱정해주고 살길을 찾아줬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