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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먹고 후식으로 '감' 먹으면 절대 안 된다

16세기 명나라 이시진이 펴낸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게와 감이 상극의 음식 조합이라고 쓰여져 있다.

인사이트SBS '대박'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어제 임금이 게장과 생감을 드셨는데, 밤새도록 가슴과 배가 뒤틀리는 것처럼 아파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제20대 왕 경종(재위 1720~1724)의 마지막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경종은 승하했다. 재위한 지 단 4년 만이었다.


숙종과 장희빈의 맏아들이었던 경종은 입이 짧아 수라를 들지 않았던 왕으로 유명하다.


체력도 약하고 슬하에 자식도 없었던 경종. 결국 이복동생인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연잉군은 걱정이 많았다. 경종이 날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시름시름 앓자 어떻게 하면 입맛을 돋게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식욕이 없었던 경종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간장게장'이었다.


연잉군은 경종을 위해 간장게장을 자주 진상하도록 했고 후식으로 생감까지 올렸다.


문제는 경종이 급사하면서 불거졌다. 간장게장과 생감을 먹던 경종이 복통에 시달리다 며칠 만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결국 경종이 승하한 후 연잉군이 왕의 자리에 올랐고, 조선 제21대 왕 영조가 됐다.


인사이트영화 '사도'


이를 두고 궁궐 안에서는 "영조가 왕이 되기 위해 경종을 독살했다"라는 독살설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독살설이 영조가 즉위한 지 30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조는 꽤나 곤욕을 치렀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정말 영조는 경종을 독살했을까. 경종이 사망한 이유가 간장게장과 감 때문일까.


16세기 명나라 이시진이 펴낸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게와 감이 상극의 음식 조합이라고 쓰여져 있다.


본초강목은 "게를 감과 함께 먹으면 복통이 일어나고 설사병에 걸린다"고 말한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과거부터 게와 감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상극의 음식이라고 전해져 내려왔고, 그런데도 영조가 경종에게 게와 감을 진상했던 터라 독살론이 불거진 것이다.


물론 경종이 사망한 이유가 전적으로 게와 감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경종은 체력이 쇠약했고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왔다. 현재 역사학자들은 경종의 사인은 급체로 인한 합병증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대 한의학에서도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단백 식품인 게장과 찬 성질, 타닌(Tannin) 성분을 지닌 감이 만나면 소화불량, 설사, 식중독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