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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으로 매달 '8명'씩 죽는다···"1년이면 거의 100명"

지난해 확인된 데이트폭력 사범은 경찰청에서 집계된 인원만 1만303명에 달한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해 9월 부산 연제구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


20대 남성 홍 모 씨가 여자친구 A(25) 씨와 그의 동생 B(23) 씨를 원룸 방안에 2주간 감금하고 고문을 가한 것이다.


홍 씨는 여자친구가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수건으로 막은 뒤 공구를 이용해 가혹 행위를 했다.


이 사건은 남동생 B씨가 극적으로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사건 이후다.


법원은 지난 12일 홍 씨에 대해 "여자친구와의 신뢰관계를 배신하고 범행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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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사범 1만명…'폭행'하는 경우 가장 많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 사범은 1만303명을 기록했다. 집계 이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1천936명(19%) 증가한 수치다. 데이트폭력 사범은 2014년 6천675명에서 매년 1천 명 가량 급증하는 추세다.


데이트폭력은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폭력 등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폭력은 연인을 때리거나 목을 조르고, 흉기로 위협해 상해를 입히는 경우다.


실제로 지난해 일어난 데이트폭력 유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폭행·상해(7천552건)가 가장 많았다. 연인을 가두고 고통을 가하는 체포·감금·협박(1천189)도 적지 않았으며 살인·살인미수도 67건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강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7년 상반기에 데이트폭력을 저질러 형사입건된 4천564명 중 구속된 경우는 3%(190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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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이 살인, 살인미수로 발전


데이트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 않다. 2016년 11월 서울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 주차장에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박 모(52) 씨가 퇴근하는 여자친구를 마구 때린 뒤 준비한 불산을 얼굴과 목 부위에 부어 숨지게 한 것이다.


박 씨는 1년 정도 만나오던 여자친구가 '그만 만났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자 '죽을 줄 알라'고 협박하며 폭행을 일삼았다. 이를 참다못한 여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자 남자는 보복 목적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원 김 모(26) 씨가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앞서 3월에도 인천시 남구의 한 노래주점에서 소주병으로 여자친구의 머리를 내리쳐 다치게 한 바 있다.


지난 5년(2012~2016년) 동안 데이트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467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여성 8명이 데이트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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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강력한 처벌' 필요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데이트폭력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수차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전 방지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여성은 데이트폭력 원인으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다.


특히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데이트폭력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 가정폭력방지 특별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가정폭력과는 달리 데이트폭력은 별도의 법이 없어 통상적인 폭력범죄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그마저도 연인 관계라는 특성상 제대로 처벌이 안 되고 감경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데이트폭력은 범죄의 성격상 증거가 부족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며 "유죄판결을 받아도 연인이라는 관계가 감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데이트폭력을 엄격하게 다룬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데이트폭력을 각각 가정폭력방지법과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남자친구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 일명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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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법적인 보호 장치 마련해야


데이트폭력 방지 관련 법안은 그동안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모두 실패했다. 데이트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 관심을 두다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법안 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와 관련된 5건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데이트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데이트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임시보호명령을 어긴 가해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야 한다"며 "상습적으로 데이트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영오 박사는 보고서에서 "수사 기관이나 사법기관이 데이트폭력을 연인들 사이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에서 벗어나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법적인 보호장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데이트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며 "또 가해자를 무작정 처벌하기보다 행동의 문제점을 교정하려는 국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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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거절했다고 여자친구 배 걷어찬 '데이트 폭력' 남성 (영상)여자친구가 자신의 프러포즈를 거절하자 화가 난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거세게 끌고 가더니 배를 걷어차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데이트 폭력으로 1년에 '100명' 사망한다"사귀던 연인에 의해 사망한 피해자가 한해 100여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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