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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생활비'에 허덕이는 '편돌이'입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인 한 청년이 남긴 씁쓸한 내용의 글이 20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인사이트영화 '스물'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얼어붙은 청년 고용시장이 명문대생들의 희망까지 앗아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 5천 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통계 역시 22.7%로 전년보다 높았다.


통계를 반영하듯 지난 7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요즘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글을 올린 고려대생 A씨는 "선배로서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것은 다 '돈'이라는 그는 현재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는 금수저 과외 학생이 늘 여유롭게 "안되면 다시 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것이 부럽다.


A씨는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할 여유가 없다. 돈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인사이트(좌) 온라인 커뮤니티, (우) 연합뉴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사람들 말도 맞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은 곧 권력이기도 하다는 A씨는 "기회와 보호가 주어지는 자본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 세대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는 "손님이 안 오는 새벽 편의점에서 이 글을 쓴다. 고려대에 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제 막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발선이 1km쯤 뒤에 있는 시작"이라며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A씨의 말처럼 20대 청년들은 취업도 어려운데 부모의 부와 권력에 의해 삶이 변화되기도 한다.


'수저 계급론'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1.8%에 불과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A씨가 올린 글은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


여긴 대나무숲이니까, 고민을 좀 털어놔야겠다. 사실 고민이라기보다는 답답함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지금 내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이 글이 올라갈 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분들에게는 미안하다. 선배로서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요즘 너무 힘들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게 너무 힘들다. 하나부터 열까지가 다 돈이다. 돈, 돈, 돈. 돈만 있으면 내 고민의 80%는 해결 될텐데.

최근에 운 좋게 과외돌이를 한명 구했다. 그 집 아주머니는 여유가 흘러 넘친다. 보기 좋다. 과외돌이도 여유가 흘러 넘친다.

'안되면 다시 하면 되죠.' 그 애가 자주 쓰는 말이다.

다시 하면 된다.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할 여유가 없다. 돈이 없다.

나는 예전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서울에 첫 상경한 이후로 5년이 흐른 지금은 회의감이 든다. 신은 과연 있는 것인가.

세상엔 용서 못할 쓰레기들이 많은데 잘 살고있고, 나는 이렇게 처절하게 살면서도 어느누구에게 헤코지 한 적이 없는데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군 생활 시절에, 종교활동 시간이면 나는 교회를 갔었지만 딱 한번 불교를 간 적이 있다. 그때 초청강사로 오신 스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말투라던지 이런건 기억이 안나지만.

'돈이 최고에요. 돈 많이 버세요. 돈 많이 벌어서 부모 형제 친구 그리고 불쌍한 이웃들을 도우며 사세요. 지금 장병분들에게 말로만 힘내라고 하는 것보다 피자 한판 주는게 더 낫습니다.'

그러고 스님은 진짜로 피자를 사 오셨다. 울 뻔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사람들이 말 하는데, 맞다. 그런데 대부분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다만 기회와 보호는 주어져야 한다. 수 많은 도전과 실패를 해 봐야 하는데. 안되면 다시 해봐야 하는데.

그냥 씨부려봤다. 손님이 안오는 새벽 편의점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나 보다. 손님이 안 올때 하는 공부는 꿀인데, 오늘은 입맛이 없다.

고려대를 들어오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제 막 시작이었다. 출발선이 1km 쯤 뒤에 있는 시작.


서류도 통과못한 '금수저' 뽑으려 이미 합격한 지원자 탈락시킨 우리은행우리은행이 VIP고객의 청탁을 받아 이들의 자녀, 친인척 등을 불법 채용했다는 검찰 조사가 나왔다.


"처음 대든 날 아빠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전국 대학생 울린 고려대 대숲 글표현이 서툰 아버지의 이야기가 전국의 아들딸들의 마음을 울리며 폭풍 공감을 사고 있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