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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가 '암'에 걸리자 시어머니는 저를 한의원에 데려 갔어요"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한 며느리가 올린 '사모곡(思母曲)'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있다.

인사이트암에 걸린 친정엄마를 간병했던 딸의 사연이 전해졌다 / Gettyimages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한 며느리가 올린 '사모곡(思母曲)'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있다.


자신을 친딸처럼 사랑해주셨던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며느리 김현숙(가명) 씨는 보고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애끊는 그리움을 장문의 편지로 적었다.


그 편지 내용은 가슴 먹먹한 사연으로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교훈을 준다.


김씨는 11살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전업 주부였던 친정엄마는 그때부터 어린 두 딸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인사이트전업주부였던 현숙 씨의 어머니는 어느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 Gettyimages


예상했겠지만 여자 혼자서 꾸려나가는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못하고 남루했다.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으로 어린 딸들은 대학에 입학했고 반듯하게 성장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2년만에 결혼을 했다. 시댁 어른이 처음부터 좋았고 단란한 가정 분위기에 반해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혼자 계신 친정엄마가 마음에 걸렸지만 엄마는 빨리 결혼하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은 혼자가 편하다고 하셨다.


행복도 잠시. 결혼 후 1년만에 친정엄마가 암에 걸렸다. 


인사이트자료사진 / 연합뉴스


모아놓은 돈이 없었던 친정엄마.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앞섰다. 남편과 상의했더니 자기가 융통해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친정엄마와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당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다. 아마도 병원비를 마련하려는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버스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서러움이 밀려와 순간 눈물이 터졌다.


인사이트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시어머니는 "현숙아 너 우니? 울지말고 내일 나랑 3시간만 어디 다녀오자"라고 말씀 하셨다.


시어머니는 현숙 씨를 데리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며느리가 먹을 보약이었다. 이어 백화점에 가서 간편복 4벌과 트레이닝복, 선식 등을 샀다.


그제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입을 열었다.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 먹지 말고, 입지도 말고..." 하시며 봉투를 건넸다.


인사이트시어머니가 지어주신 보약은 끝내 현숙 씨를 울리고 말았다 / Gettyimages


시어머니는 "네가 시집온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니. 병원비에 보태 쓰거라"고 말씀하시며 손을 잡아주셨다.


극구 사양하면서 뿌리쳤지만 시어머니는 끝까지 주머니에 넣어주시며 어깨를 토닥였다. 현숙 씨는 저도 모르게 시어머니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봉투에는 2천만원이 들어있었다. 


인사이트자료사진 / 연합뉴스


운명이었을까. 친정엄마는 사돈이 건넨 돈 2천만원으로 수술도 받고 치료도 받았다. 


친정엄마에게 허락된 시간은 점점 줄었지만 딸과 함께 그래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태어나서 친정엄마와 이렇게 오래도록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이듬해 봄 친정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순간 시어머니께서도 한걸음에 달려오셨고 친정엄마의 손을 잡아주셨다.


인사이트자료사진 / 연합뉴스


시어머니는 의식이 없는 엄마에게 "사부인 저 왔어요. 현숙이 걱정 마세요. 사돈 처녀도 제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낼게요.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라고 속삭였다.


의식이 없던 어머니의 눈가에서 거짓말처럼 눈물이 흘렀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에 그 말씀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장례식 3일 내내 빈소를 지켜주셨고 이후 현숙 씨의 여동생이 결혼할 때에도 직접 혼수도 마련해주셨다.


인사이트시어머니가 떠난 뒤 너무 너무 그립다고 며느리 현숙 씨는 이야기한다 / Gettyimages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여동생을 위해서 혼주 자리에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앉으셨다. 동생도 그 이후부터 시어머니를 정말 친정엄마처럼 대했다.


그런 시어머니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고 현숙 씨는 울먹이며 '사모곡'을 적었다.


현숙 씨는 "오늘. 우리 시어머님의 49제였다. 가족들과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며 "오는 길에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가르침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어요. 힘든 시간 잘 이겨낼 수 있었고요. 어머니 너무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인사이트해당 사연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 Gettyimages


현숙 씨는 끝으로 "제가 꼭 어머니께 받은 은혜, 많은 사람들게 베풀고 사랑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너무 보고싶어요… 어머니!"라고 덧붙였다.


시어머니와 현숙 씨의 아름답고도 가슴 뭉클한 사연은 지난 2016년 공개된 이후 많은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연인 탓에 최근 다시 화제를 모으면서 가슴 먹먹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제가 싫으면 손주도 못보여드려요"···시어머니와 '맞짱' 뜨는 며느리 그린 다큐 영화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17일 개봉된다.


어젯밤 시청자 펑펑 울린 '대장암4기' 남편과 '혈액암4기' 아내의 사연죽음의 경계에 서서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대장암4기 남편과 혈액암4기 아내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김한솔 기자 hanso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