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서 노인 못 구한 죄책감에 '열화상 카메라' 직접 개발한 현직 소방관
현직 소방관이 더 많은 시민을 구하기 위해 3년 연구 끝에 '열화상 카메라'를 직접 개발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현직 소방관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화재현장에서도 사람 위치와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했다.
4년 전 화재현장에서 뿌연 연기 때문에 한 노인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삼성이 주최한 '2017 삼성 투모로우솔루션' 시상식에서 현직 소방관이 IMPACT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동두천소방서 소방행정과에 근무 중인 한경승 소방관이었다. 한 소방관은 이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소방관이 열화상 카메라 개발에 뛰어든 건 4년 전인 2014년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시작된다.
당시 한 소방관은 집안에 노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내부로 들어갔다. 다행히 불길은 잡았지만 실내에 가득 찬 뿌연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집 구석에서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날부터 한 소방관은 열화상 카메라만 있었다면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존에도 열화상 카메라는 있었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2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고가인 터라, 소방서마다 한두 대 있는 게 전부였다.
또 무게도 1kg이 넘어 실제 소방관들이 무거운 화재진압 장비를 메고 열화상카메라까지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소방관은 가벼우면서도 저렴한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3년간 틈틈이 자료를 뒤지고 독학을 거듭한 끝에 한 소방관은 50만원 정도로 만들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하기엔 기술적으로 역부족이었다.
한 소방관은 고심 끝에 삼성전자 소속 김윤래 연구원에 메일을 보냈다. 김 연구원의 블로그를 통해 그와 협업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고, 2016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학생 4명도 참여해 '팀 이그니스'가 꾸려졌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면서 팀 이그니스는 800g 무게, 50만원 제작 단가의 '열화상 카메라'를 내놓게 된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픈 한 소방관의 집념이 결국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방관들의 눈이 되어줄 열화상 카메라를 1천대 제작해 전국 소방서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소방관은 "개발된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재난현장에서 소방관의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의 손을 맞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