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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출동한 소방관들을 가장 허탈하게 만드는 순간 4

급하게 출동한 소방관을 가장 허탈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알아보고, 우리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자.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두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내 등에 업은 사람과 그리고 나 자신"


우리는 절박함을 표현할 때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너무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거 아냐?", "목숨 걸고 열심히 해야 해"


그러나 살면서 '목숨을 건다'는 말의 무게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것.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는 평생 이 말의 무게를 이해할 수 없다.


그 무게가 와 닿지 않아서 인지 우리는 가끔 소방관들의 노고를 가벼이 여긴다.


"내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니 내가 부르면 오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사소한 일에도 소방관을 부르는 경우.


'당신도 급하겠지만 나도 진짜 급해'라는 생각으로 뻔히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경우.


이 같은 행동은 목숨을 걸고 불길에 뛰어드는 이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신고를 받고 급하게 출동한 소방관을 가장 허탈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알아보고, 우리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자.


1. 다른 차량 때문에 진입이 늦어질 때


인사이트연합뉴스


한시가 바쁜 때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차량이나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사고 현장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처럼 진입 시간이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이를 아는 소방관들의 마음은 타들어가지만 딱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소방기본법상 긴급하게 출동한 소방차의 통행을 막거나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의 '제거' 또는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차량을 훼손할 경우 발생하는 물적 손실은 소방관이 배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선뜻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3월부터 제정된 조례에 따르면 청구된 보상 금액을 심의·의결할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가동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이 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찾기 힘들다.


2. 너무 사소한 일로 신고를 했을 때


인사이트EBS 1TV '다큐시선'


"급해요. 빨리 와주세요" 다급한 요청만 듣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사람들은 다양한 요구를 한다.


"하수구에 휴대폰이 빠졌다", "집에 가스불을 켜두고 나왔으니 대신 꺼달라", "집에 들어온 말벌을 잡아달라" 등이다.


소방관들은 '국민의 잠재적 위험 방지'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러한 요구도 군말 없이 들어준다.


소방관들은 온몸에 땀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며 현장을 가로지르다가도, 검게 탄 몸을 씻어내고 가정집에 들어가 가스 밸브를 대신 잠근다.


그러나 출동한 현장에 살충제 몇 번만 뿌려도 잡을 수 있는 작은 벌 몇 마리가 들어와 있을 때는 소방관들도 힘이 빠진다.


너무 사소한 민원이 많으면 소방관들이 정작 위급한 사고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고를 할 때는 정말 소방관을 부를 만큼 위급한 일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3. 장난 전화에 속아 출동했을 때


인사이트연합뉴스


"아파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지난 12월 119에 누군가 전화를 걸어 이 같은 협박을 했다.


장난일 가능성이 큰 것을 알면서도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소방관과 경찰은 총력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특공대와 형사, 기동대, 소방관, 탐지견까지 무려 50여 명이 해당 아파트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이후 CCTV를 분석한 결과, 전화를 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2명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만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형사상 처벌도 불가능해 부모와 교사를 통해 주의를 시키는 것 말고는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없다.


4. 화재경보기 오작동


인사이트연합뉴스


지난 8월 대구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그 해 1월부터 7월까지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 소방관이 현장에 나가 조치한 것은 685건이었다. 같은 기간 실제 화재 발생으로 출동한 것은 1,037건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이 같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잦아진다. 고온다습한 날씨에는 화재경보기에 전기적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평소 화재경보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먼지가 끼거나 낡고 오래된 경보기를 교체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등도 오작동 원인이 된다.


오인 출동은 고스란히 소방력 낭비로 이어져 소방당국이 실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게끔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화재경보기 사용자가 전문업체에 주기적 점검을 맡기는 등 시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국서도 불법주차 차량 밀어낼 수 있다…소방관 "알지만 못해"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소방차 출동시 불법주차 차량을 밀어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할 수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불 끄러 온 소방관에 "왜 신발신고 들어오냐"고 삿대질하는 집주인 (영상)목숨 구해주러 온 소방관에게 욕설과 비난을 일삼는 일부 시민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보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