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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덕에 발전했다"는 서울대 교수에 '팩트 폭행'한 일본 역사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던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망언을 일본의 양심적인 역사학자가 반박해 눈길을 끈다.

인사이트친일파 김활란 동상 앞에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세우자고 주장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1945년 일제가 패망한 지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친일'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식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가는 물론 문화·예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친일' 역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와 고려대, 한국외대 등의 학생들은 교내에 있는 친일 인물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해당 인물들이 학교 건교에 기여했다는 점을 들어 철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일왕 생일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시민들 / 연합뉴스


문학계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문학단체를 중심으로 친일 시인 미당 서정주를 기리는 '서정주 문학상'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 밖에도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 앞에서는 이곳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회가 이어졌다.


광복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친일 문제가 여전히 화두에 오르면서 온라인상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던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의 발언을 다룬 대안 미디어 뉴스타파의 과거 보도가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보도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 유력 대선후보 김무성 의원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교과서를 옹호하자 이에 대해 반발 여론을 취재한 것으로 '친일'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인사이트뉴스파타


이 교수가 주장했던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 식민지배 기간 한국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발전해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주장으로 학계에서 '친일 역사관'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06년 MBC와의 인터뷰에서 "(일제는) 지배를 위해 철도를 깔고 도로를 뚫고 항만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제가 조선을 수탈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한 것을 두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근대문명의 일환"이라고 정의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전형적인 논리다.


이어 "한국 민족이 주체적으로 적응하고 훈련을 받으면서 근대 인간으로서 발전할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라 식민 통치를 미화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이 교수의 발언을 일본의 역사학자 우쓰미 아이코 오사카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교수의 입을 빌려 반박했다.


우쓰미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관련 연구와 지원 활동에 참여했던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식민지 지배를 하는 쪽은 자기들에게 필요한 개발을 한다"며 식민지 주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도로나 댐 등 인프라를 구축한 사실로 일본의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인사이트뉴스파타


일본 역사가보다 친일적인 한국 최고 대학 교수의 발언에 1948년 제헌국회에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꾸려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떠오른다.


'반민특위'는 해방 후 잔존하던 친일 세력과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이승만 정부의 방해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1년 만에 해체됐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다.


'반민특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해체되면서 친일 세력들은 면죄부를 얻게 됐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친일 청산의 적기를 완전히 놓치게 됐다.


이 교수의 발언은 청산되어야 할 역사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사이트서울 중구에 위치했던 반민특위 터 표석 / 연합뉴스


"친일파 후손인게 죄냐" 묻는 글에 누리꾼들이 남긴 댓글"할아버지가 친일파인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냐"고 묻는 글에 수많은 누리꾼들이 답을 달았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