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병으로 숨 못쉬는 딸 위해 매일 새벽 기도하며 오열하는 노모 (영상)
아픈 딸을 위해 매일 새벽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노모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픈 딸을 위해 매일 새벽 기도를 하는 노모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오열하고 말았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EBS '메디컬다큐 7요일'에서는 폐이식 수술을 앞둔 강혜선(39)씨와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조송자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어릴 때부터 감기와 폐렴으로 늘 힘들어했던 혜선씨는 2년 전부턴 산소호흡기 없인 숨을 못 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청명한 가을 날씨,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도 혜선씨는 그럴 수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찰 뿐 아니라 먼지라도 들어갔다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상이 혜선씨에겐 생명을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하루 24시간 산소호흡기와 함께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혜선씨는 세수를 할 때도 호흡기를 뗄 수 없다. 로션 하나 발랐는데도 벌써 숨이 가빠온다.
산소포화도 97~98%가 정상이지만 혜선씨는 몇 발짝 움직였는데 80%까지 떨어졌다.
혜선씨가 앓고 있는 병은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가래, 객혈, 기침이 계속되고 결국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관지 확장증'이다.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혜선씨는 다른 데 아파도 상관없으니 숨이라도 한 번 제대로 쉬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혜선씨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 조송자씨다.
딸 대신 아파주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는 어머니는 언제 딸이 쓰러질지 몰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다.
어머니는 "엄마는 이렇게 나이가 많아도 산소 호흡기 없이 마음대로 걸어다니는데, (딸은 그렇지 못하니) 마음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모두 제 탓인 것 같고 딸한테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하는 엄마를 보며 혜선씨도 마음이 좋지 않다. 아픈 딸과 이를 해결해줄 수 없는 엄마는 서로에게 너무나 미안한 존재가 돼버렸다.
현재 혜선씨의 오른쪽 폐는 거의 다 손상됐고 왼쪽 폐 일부가 손상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염증이 심해서 왼쪽 폐마저 나빠지면 지금 같은 생활도 어려울 수 있다.
최후의 방법은 폐이식 수술이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지만 언제 혜선씨 차례가 돌아올진 아무도 모른다.
여전히 폐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도 어머니는 홀로 작은 방에서 성경책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매일 새벽 어머니는 딸의 건강을 위해 눈물 어린 기도를 드린다. 폐이식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후 그 바람은 더욱 간절해졌다.
혹시나 자신의 울음이 바깥으로 새어 나갈까봐 어머니는 휴지로 입을 꼭 막고 "하나님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 혜선이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한다.
기도라도 해야 딸을 향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가 있다.
어머니의 간절함이 하늘에 다다른 것일까. 기적처럼 혜선씨의 폐이식 수술 날짜가 결정됐다.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혜선씨와 어머니는 눈물이 먼저 앞을 가려온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딸의 수술실 앞에서 또다시 두 손을 모으고 기도에 들어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수술이 마무리되고, 다행히 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제야 어머니도 한시름 마음이 놓인다. 열흘 뒤 혜선씨의 코를 가로막고 있던 호흡기가 사라졌다. 지금은 산소호흡기 없이 운동해도 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혜선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혜선씨가 웃으니 어머니도 웃는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지난 2년간의 고통을 딛고 새 삶을 얻게된 혜선씨. 그가 다시 세상 속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건강하고 밝도록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