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쓰러진 소녀를 노리는 독수리"…작가는 이 사진을 찍고 자살했다

사진을 위해 죽어가는 소녀를 방치했던 사진작가는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사이트Kevin Carter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죽어가는 소녀를 방치했던 사진작가는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일(현지 시간) 이미지 공유 사이트 이머저에는 "전 세계를 뒤흔든 사진 한 장,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유명 사진작가 케빈 카터(Kevin Carter)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땡볕이 내리쬐는 흙바닥 위에 쓰러진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소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먹을 꽉 쥔 채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그 뒤에 있는 독수리는 본능적으로 소녀의 죽음을 감지하고 저만치 거리에서 소녀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이트bultimes


해당 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작품으로, 지난 1993년 수단 아요드(Ayod) 지역의 한 식량 배급소 근처에서 촬영된 것이다.


케빈은 식량 배급소로 향하다가 길 위에 쓰러진 소녀를 목격했다. 이후 소녀의 뒤로 날아든 독수리를 발견한 케빈은 곧장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케빈은 약 20분 동안 숨죽이며 소녀와 독수리를 지켜보다 셔터를 눌렀고, 케빈은 이 사진 한 장으로 퓰리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케빈은 "지금도 1분마다 전쟁과 가난으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오롯이, 강력하게 보여준다"며 극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떻게 사진을 위해 죽어가는 아이를 방치할 수 있냐", "생명 대신 명성을 선택한 사람" 등 비난을 퍼부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이후 비난의 물결을 더욱 거세져만 갔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던 케빈은 결국 지난 1994년 7월 27일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일산화탄소 가스를 마시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케빈은 유서를 남기며 "사진을 찍고 곧바로 독수리를 쫓아 보낸 뒤 소녀를 구조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나 자신이 너무 밉다"며 "소녀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적었다.


그와 함께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한 동료는 "케빈은 당시 소녀와 독수리 사진을 찍은 뒤 흐느끼며 자신을 책망했다"며 "괴로워하다가 자살한 그가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한편, 케빈 카터의 해당 작품이 논란을 일으키자 전 세계에서는 사진과 언론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역사의 비극적 순간이 '해피엔딩'으로 바뀐다면? (사진)과거 어린이들이 맞이한 비극적인 순간의 사진들을 '해피엔딩'의 모습으로 재구성한 작가의 일러스트들이 공개됐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