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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위안부 할머니 외면할 때 끝까지 후원한 '한국야쿠르트'

'나눔의 집'의 5년간 후원 현황을 살펴보면 꾸준히 후원을 해온 기업은 '한국야쿠르트'와 '알리안츠 생명', '위비스' 단 3곳뿐이었다.

인사이트좌측은 소녀상, 우측은 나눔의 집을 방문한 한국야쿠르트 직원들 / (좌) 연합뉴스, (우) 사진 제공 = 한국야쿠르트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어르신 저 왔어요.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7일 한국야쿠르트의 방문 판매원,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라 불리는 A씨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어 드렸다.


매일 '나눔의 집'에 찾아가 유제품을 나눠 주고 쫑알쫑알 안부를 묻는 A씨의 수다스러운 모습에 할머니들은 잠시나마 미소를 짓는다.


할머니들은 이벤트나 큰 이슈가 있을 때만 찾아오는 몇몇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면 경계부터 하지만, 한국야쿠르트 직원들은 매일 방문하기에 마냥 예뻐하신다.


인사이트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동상을 닦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 / 사진 제공 = 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10월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과 협약을 맺고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매일 야쿠르트 아줌마를 보내 돌봄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매월 소정의 후원금도 보낸다.


한국야쿠르트 본사의 노력에 직원들도 자체적으로 봉사단체 '사랑의 손길펴기회'를 만들었다.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비정기적이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나눔의 집 청소를 도와드리는 등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이트병상에 누워 계신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98) 할머니 / 연합뉴스


그렇다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 다른 기업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나눔의 집'의 5년간 후원 현황을 살펴보면 꾸준히 후원을 해온 기업은 '한국야쿠르트'와 '알리안츠 생명', '위비스' 단 3곳뿐이었다.


1회 이상 후원한 곳도 장수돌침대와 귀향 엔터테인먼트 등 몇 곳 되지 않았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은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대기업은 아무래도 수입과 수출 등 일본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눈치를 보느라 후원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완벽히 인정하지 않고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 보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대기업이 '나눔의 집'에 후원을 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일본에 적대적인 기업'으로 낙인찍혀 일본 내에서 불매운동이 일 수도 있다.


기업의 목표가 '이익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보면 아예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일본 시장 자체의 매출이 워낙 크고 일본 기술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들이 일본의 눈치를 보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한 푼도 후원하지 않고, 이상한(?) 미르 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 같은 곳에 후원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미르 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에 후원된 어마어마한 돈은 결국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의 뒷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인사이트최근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 / 연합뉴스


40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존 숫자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이 89세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전세계에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일본에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는 등 할 일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할머니들의 큰일을 방해하고 있다.


뼈아픈 역사가 억울하게 묻히는 일이 없도록, 비교적 큰 돈을 후원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