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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스무살 새내기였던 나를 '성폭행'한 네가 결혼을 하는구나"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한 여성이 갓 시골에서 상경한 새내기였던 자신을 성폭행했던 대학 선배가 결혼을 한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익명의 성폭행 피해 여성 A씨가 "나를 강간한 네가 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연에 따르면 대학 입학을 위해 시골에서 상경해 갓 스무 살이었던 A씨는 호기심에 친구들과 처음으로 클럽에 놀러 갔다.


그런데 A씨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함께 간 친구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혼자 남아 어쩔 줄 몰라하던 A씨는 그 클럽에서 몇 학번 위의 복학생 선배 B씨를 우연히 만났다.


A씨는 "겨우 얼굴만 알고 지나던 사람이지만 낯선 곳에서, 하필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B씨를 만나서 어딘지 반가워 먼저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B씨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던 테이블로 A씨를 데려가 학교 후배라고 소개한 뒤 함께 술을 마셨는데, A씨가 그 자리에서 기억을 잃은 것이다.


A씨는 "약을 탄 건지 독한 술을 먹어서 그랬는지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곳에서 나는 발가벗겨지고 이불조차 없이 누워 있었다"며 "B씨와 그의 친구 C씨도 같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곳은 C씨의 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한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서울 지리가 익숙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에서 깨자마자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남자 선배와 그의 친구를 뿌리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집으로 가는 내내 "이건 성폭행이다. 내가 성폭행을 당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A씨는 그 주말 내내 울었다. 클럽에서 헤어진 친구들의 전화도, 밥은 먹었냐는 어머니의 전화도 받을 수 없었다.


다시 학교에서 마주친 B씨는 A씨에게 커피를 사주며 "그 일은 미안하다. 친구가 네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잘 엮어주려 했는데 너무 취했다"며 "그 친구의 집에서 재우려고 했는데 자기도 얼떨결에 하게 되었다"고 성폭행 사실을 시인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고 A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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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A씨에게 "그날 일은 내가 실수했어 미안하다"라는 문자를 남겼을 뿐이다.


홀로 고통을 견디던 A씨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털어놨지만 시골 분들이셔서 '그러게 서울에서는 더 조심했어야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A씨는 고민 끝에 B씨와 C씨를 고소했지만 증거부족으로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결국 입학 두 달여 만에 A씨와 B씨의 소문이 학내에 퍼졌다. B씨는 평소 성적도 좋고 학생회 활동도 잘 했으며 교우관계도 좋은 편이어서 오히려 A씨가 복학생의 앞길을 막으려는 문란한 신입생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부모님도, 대학 사람들도 A씨의 편이 아니었지만 A씨는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꿋꿋이 살아냈다.


A씨는 "이 일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조금의 상처도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고 많이 울었고, 많이 토했다"며 "그 이후 술을 단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여러 번 죽고 싶었으나 매번 살았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다 B씨는 호주로 떠났고 C씨와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낸 A씨는 그들을 잊고 최근 괜찮은 직장을 갖게 됐고 대학도 졸업했다.


그런데 A씨는 얼마 전 대학 친구가 페이스북을 옆에서 보다가 B씨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예쁜 신부랑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분노와 함께 당황스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A씨는 B씨의 결혼 소식글 C씨가 남긴 댓글까지 보게 됐다. C씨는 이미 결혼해서 아기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A씨는 "이제 와서 두 사람이 처벌을 받길 바라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이 글로 두 사람 또는 다른 성폭행범들이 조금이나마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죗값을 치르지는 않더라도 너희는 잘못했다. 아파하길 바란다. 부디 너희의 부인과 네 딸들을 잘 지키길"이라며 "언젠가 너희가 이 글을 본다면 한 번쯤 찔려줬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문지영 기자 moonjii@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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