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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명품 조연 '우현'이 불륜 아내를 살해한 남편으로 변신했다

인사이트수현재컴퍼니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약방의 감초처럼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우리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명품 조연 '우현'.


우현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아내를 살해한 남편으로 명연기를 펼쳤다.


블랙 코미디를 표방하는 연극 '우리의 여자들'은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35년 지기 친구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정형외과 의사 폴(안내상 분)과 이성적이려 노력하지만 언제나 감정에 동요하는 다혈질의 방사선 기사 막스(이원종 분)는 약속 시간에 늦은 시몽(우현 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공연장 안 침묵을 깬다.


뒤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몽은 느닷없이 폴과 막스에게 '아내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아내의 불륜 정황을 목격한 시몽이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것.


인사이트수현재컴퍼니


아내가 자신 몰래 다른 남성과 통화하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에 이성을 잃은 시몽은 그만 아내의 목을 조르고 말았다. 하지만 아내의 축 늘어진 팔을 보니 덜컥 겁이 나 친구들에게 달려왔다.


그러면서 시몽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거짓 증언을 해줄 것을 친구들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폴과 막스는 친구를 위해 거짓말을 할 것인지 정의를 위해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쯤에서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은 당황할 것이다. 사실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언급될 뿐, 무대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에게 '여자들'은 이야기의 소재일 뿐이며 진짜 이야기는 친구들의 진심과 속내로 이어진다.


인사이트수현재컴퍼니


또한 중요한 사건처럼 비춰지는 시몽의 살인 사건은 일종의 '맥거핀(Macguffin)'이다.


스릴러 영화의 연출 기법인 맥거핀은 사건의 주요 단서나 계기인 것처럼 등장해 관객들에게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기법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끼'일 뿐이다.


즉,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세 명의 남성은 자신의 진심과 감정을 솔직하게 밝힐 수 있도록 도와준 극적 장치인 것이다.


카드 게임을 하듯이, 각자의 카드를 감추고 있던 세 친구들은 각자의 아내와 애인, 딸에 관한 속내를 토로하거나 서로를 질타하면서 각자 자신의 패를 하나씩 공개한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척하지만 사실 가족 간의 문제를 겪고 있는 폴. 쿨한 척하지만 다혈질 성격으로 결혼을 네 번이나 한 막스. 자신은 복잡한 여자관계를 유지하고도 바람피우는 아내를 용서하지 못하고 살해한 시몽.


인사이트수현재컴퍼니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사생활 문제를 합리화한다. 상대방을 비난하면서도 자신 역시 똑같은 말과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관객에게 '모순덩어리'로 비춰진다.


썰렁한 '아재 개그'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주인공들을 보며 관객들은 황당함에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어쩐지 이런 주인공들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세 남성들은 마치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치부를 들키지 않으려 변명을 늘어놓거나, 위기를 모면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모습. 상대방의 행동을 질책하면서도 자신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모순적인 행동.


무대 위에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주인공들은 일상 속 우리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거울과도 같다.


인사이트수현재컴퍼니


어쩌면 너무 진지하다고 느낄 수 있는 메시지다. 하지만 명품 중년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고 호소력 짙은 연기, 썰렁한 분위기로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아재 개그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흡입력을 발휘한다.


마치 아재 개그처럼, 진지함 속에 피어나는 유쾌함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 '우리의 여자들'. 


관객들은 입가를 스쳐 가는 웃음이 아닌 가슴에 무게감 있게 새겨지는 '명품 블랙 코미디'의 매력을 느낄 것이다.


연극 '우리의 여자들'은 오는 2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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