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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손 빨려들어갔는데…"119 신고하려는 휴대폰 뺏은 코오롱
"기계에 손 빨려들어갔는데…"119 신고하려는 휴대폰 뺏은 코오롱
12/21/2016 07:33PM

인사이트연합뉴스


대기업 공장에서 산업재해가 계속 일어나도 회사 측은 소방서·노동청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심지어 진료비마저 본인에게 부담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김천시 코오롱인더스트리㈜ 1공장에서는 해마다 산업재해가 7∼10건 발생해도 대부분 산업재해로 처리하지 않고 사고를 은폐·축소해왔다.


근로자 수가 200명(협력업체 근로자 200명 별도)인 김천1공장은 광학용·산업용·포장용·폴리에스터 필름을 생산한다. 광학용은 전자회로·TV패널에, 산업용은 기왓장 중간에, 포장용은 포장지·선팅지에 각각 사용한다.


근로자 A씨는 이달 초 폴리에스터 필름을 둥글게 감는 일을 하다가 냉각 롤에 왼손이 빨려 들어가 손 전체가 망가지고 피부가 대부분 벗겨지는 사고를 당해 대구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동료직원이 119구조대에 전화했으나 담당 부장이 전화기를 낚아채 통화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119구조대에 신고하면 기록이 남고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A씨 손뼈가 골절되고, 근육·인대 등이 망가져 손목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는데 아직 치료경과를 살펴보는 중이다.


근로자 B씨는 지난 14일 발열 롤(필름이 넘어가면서 늘어지는 장치)에 닿아 왼손에 화상을 입었으나 1주일 전 A씨의 산재 사고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자 과장 등 묵인 아래 자비로 치료를 받았다.


지난 10월 초에는 C씨가 롤 옆의 체인커리어에 오른 손가락이 끼어 찢어지고 파이는 사고로 구미 모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담당 과장은 "수술비를 냈으니 공상 처리하지 말자"고 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코오롱 인더스트리 홈페이지


근로자 D씨는 지난 3월 고무벨트에 손이 끼는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을 다쳐 김천제일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으나 회사 간부들 묵인 아래 전액 사비를 들였다.


올해 들어 이 공장에서 7∼10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산재 처리한 것은 지난 1월 한 근로자가 오른손이 발열 롤에 말려 들어가 심각한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수술과 피부이식을 한 경우뿐이다.


대부분 공상 처리(회사가 치료비만 부담)하거나 아예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법인·책임자 처벌, 작업환경개선, 보험료 상승 등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는 공상처리보단 산재처리를 해야 재발 시에 재요양을 받을 수 있고, 장해가 남으면 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혹시 회사가 부도나거나 폐업을 하더라도 산재보상을 계속 받을 수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산재처리를 꺼리고 공상 처리하도록 하거나 개인 치료를 받도록 압박한다. 장기간 입원 치료가 아니면 수술 직후 작업장에 곧바로 투입한다"고 했다.


또 개인이 수술·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회사내 경직·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잦은 안전사고는 간부들이 "그것도 못하냐", "빨리해라"며 일을 다그치는 데서 비롯된다고 근로자들은 주장했다.


또 사고가 나면 간부들은 하나같이 "그것밖에 안 다쳤는데…"라며 계속 작업을 유도하고 치료 후 빠른 회사 복귀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고는 롤을 부드러운 천(외올베)으로 닦는 과정에서 롤 사이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자주 일어난다.


특히 발열 롤에서 작업할 때 먼지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장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1공장에서는 지난해 8∼10월에만 4∼5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봉합 수술을 받았으나 모두 공상 처리했다.


구미고용노동지청 신병희 근로감독관은 "올해 2월부터 김천지역 기업 산업재해 업무를 맡았는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산재 사고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 또는 3일 이상 휴업에 해당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1개월 이내 고용노동지청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 관계자는 "근무 중 다칠 경우 단 한번의 치료라도 받으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사업주 또는 해당 근로자가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고, 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안홍제 김천1공장장은 "올해 산재처리가 몇 건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1년에 1∼2건 안전사고가 날 뿐 자주 발생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법에 따라 산재처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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