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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혈액형·군입대·결혼날짜' 등 동일한 두 경찰관

닮아도 너무 닮은 삶을 살아온 두 경찰관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생년월일과 혈액형, 경찰 입문, 군 입대 시기도 같고 심지어 신혼여행 때도 같은 비행기에 탔더라고요. 멀리 돌고 돌아 제 분신을 만났다고 할까요."


닮아도 너무 닮은 삶을 살아온 두 경찰관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에 근무하는 박형수 경위와 이영선 경위는 경찰 입문 13년만인 2009년 이 경위가 순천경찰서로 발령받기 전까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지냈다.


서로 다른 팀에서 근무하며 동갑내기이자 경찰 입문 동기라는 사실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1년 후 선거사범 합동수사를 하며 기이한 경험을 했다.

 

"어, 그거 내 군번과 생년월일인데. 왜 내 것을?"


인사이트경찰서 박형수(왼쪽)·이영선 경위 / 연합뉴스


박 경위는 함께 외근을 나간 이 경위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익숙한 숫자 배열과 생년월일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박 경위가 "그거 혹시 네 군번이냐"고 묻자 이 경위는 "숫자만 듣고도 딱 아네. 나 말고도 비밀번호에 군번 넣는 사람이 많나?"라며 머쓱해 했다.


경찰 입문 시기뿐 아니라 생년월일과 군 훈련소 입소 날짜까지 같았던 두 사람은 그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놀라울 만큼 닮은꼴 인생을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1970년생인 이들은 1991년 1월4일 함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고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1996년 7월27일 함께 임용됐다.


이들은 1999년 4월 5일 순천에서 각자 결혼식을 올린 뒤 같은 비행기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들끼리만 닮은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나이와 혈액형, 자녀 구성도 똑같았다.


두 사람은 이날의 인연을 계기로 죽마고우가 됐다.


서로의 결혼기념일과 생일이면 양쪽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친분을 다지고 있다.


이 경위는 "동기가 전국에 800여명, 전남에는 80여명 있는데 서로 몰랐다"며 "순천의 같은 동네 아파트 옆 단지에 산 적도 있었는데 마주치지도 않고 이렇게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는 게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박 경위가 몸이 아팠는데 농담처럼 '한날한시에 가는 거 아니냐. 네가 몸 관리 잘해야 나도 오래 살지'라고 말했지만 정말 걱정됐다. 그만큼 이제는 서로에게 분신 같은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진급도 나란히 한 두 사람은 올해로 경찰생활 20년을 맞았다.


이 경위는 "우리는 태생부터 같은 길을 걸어왔지 않은가. 남은 기간 경찰관으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서로를 지지해주며 지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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