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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민단체 직원도 월급 받나요?

인사이트gettyimagesbnak


나는 어린 시절 40세 이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40세 이후의 삶 또한 계획을 하지도 않았다. 


그 이후의 외모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조차 괴로워했던 사춘기 시절의 나의 비관적인 철학이랄까.

 

가끔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일생 동안 읽어야 했던 소설책을 다 읽어버렸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성인이 되어 고전을 우연히 읽게 되면, ‘어! 이 책 분명히 읽었던 건데…’ 하며 나 스스로 놀라곤 한다. 


이해도 하지 못할 나이에 수많은 고전과 당시에 출간된 소설책을 다 읽고 나서는 40세까지만 살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뭐 갈대와 같아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다 보니 40세까지라고만 굳게 마음먹었던 일은 ‘아들이 중학교만 가면… 아들이 군대만 다녀오면… 딸 결혼할 때까지만…’ 뭐 이런 식으로 늘어나 이제는 50이 넘어버렸다. 


그래서 40세 이후의 나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해서 나를 위한 인생보다는 소외되고 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지금의 인권단체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착한 사람이요? Oh, No!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의 삶은 덤이 아닌 주역이 되어가고 있는 데에 많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표현을 나에게 대놓고 한다.

 

가끔은 ‘훌륭한 분’이라는 좀 부담스러운 표현까지 한다. 


‘좋은 일을 하고 살아서 그런지 20, 30대 젊었을 때보다 나이든 지금이 더 아름답다’라는 좀 오글거리는 말까지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말했을 때 가지고 있는 숨겨진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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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큰 대가 없이 봉사를 하고 있다는 베이스가 깔려있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대기업을 다니는 다른 친구들과 같은 연봉을 받는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막역한 사이의 관계에서는 “근데… 너 월급은 받어? 그냥 봉사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럴 때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망설여질 때가 많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속되게 말해서 연봉을 많은 받는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거의 뭐 봉사 수준이지”라고 말하게 된다.

 

월급 받는다고 말했을 때의 상대적인 빈곤감을 덜 느끼고픈 본능적인 방어인지도 모른다. 


비슷한 동종의 시민단체나 국가기관 또는 개인적 친밀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당당하게 말한다.

 

“그럼! 월급도 받고, 4대보험에 퇴직연금까지 받아. 액수가 좀 작아서 그렇지.”

 

왠지 동료 같은 사람들에게는 봉급과 4대보험에 모두 가입을 해주고 퇴직연금을 받는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시키고 나도 시민단체의 일원이기 이전에 노동자라는 생각을 불어 넣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제대로 된 월급을 받기 시작한 것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교통비 정도만 받고 내 주머니를 더 많이 열었던 여러 해가 있었다. 


그러기를 3년쯤 했을 때 심신이 지쳐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위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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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인권을 가진’ 노동자

일반적인 대중에게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숭고한 이상과 목표를 위해서 헌신하기 때문에 봉급은 안 받거나 적게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런 물질적 보상보다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신적인 보상이 더 크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래서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쉽게 들이댄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야근수당, 주말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임금은 물론이고, 주말과 휴가를 언제든 빼앗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을 시키는 시민단체의 장들도 월급을 적게 받으면서도 뼈 빠지게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직원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 일하는 인권단체의 직원들이 가장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유는 착한 사람을 강요하는 일반대중의 잘못된 인식에도 큰 원인이 있다.


“그럼 너 월급은 얼마 받어?” 이 때, 만약 “응, 연봉 1억 받어”라는 답을 들은 뒤에도 친구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대한민국에 2013년 기준 등록된 시민단체의 수는 2만 개를 넘는다. 시민단체의 역량은 세계 최고적인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앞선 일본에 비해서 활동영역, 인적 구성 역시 훨씬 월등하다. 그러나 그 훌륭한 인재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천사가 아니다.

 

국제적인 NGO가 최근 한국 내에서 공격적인 기업형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일반 대중은 국제적 NGO 단체의 홍보와 마케팅에 큰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해서 아이러니하게도 관대한 시각을 보여주면서 국내 시민단체 구성원의 복지에는 유난히 인색하다.

 

이제 시민사회에 더 이상 착한 사람을 강요하지 말자. 그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과 수당, 휴가를 누리게 하자. 


기업의 인재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인재는 정부가 할 수 없는 광범위한 역할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착한 사람이 되도록 강요하면서 잃게 되는 높은 이직률, 경력과 전문성의 단절은 국가 전체로 볼 때도 너무나 큰 손실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유능한 인재들을 천사가 아닌 평범한 생활인, 인권을 보장해 줘야 하는 노동자로 보아주는 시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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