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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생크림 케이크에 '유통기한' 없는 소름돋는 이유

파리바게뜨 등 국내 유명 빵집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케이크에 '유통기한'과 '제조일자'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인사이트파리바게뜨 등 유명 빵집 매장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케이크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사진 = 인사이트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파리바게뜨 등 국내 유명 빵집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케이크에 '유통기한'과 '제조일자'가 없어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매장 내에서 만든 빵과 케이크에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盲點)'을 제과 업체들이 악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지만 파리바게뜨 등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제과업체 등에 따르면 국내 1위 프랜차이즈 빵집 브랜드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매장에서 만든 생크림 케이크와 빵 등에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식품법에 따르면 제과점은 식품접객업으로 분류돼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적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허점' 때문이다.


인사이트파리바게뜨 등 국내 대기업 빵집 업체들은 유통기한을 표시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사진 = 인사이트


매장 내에서 만든 케이크와 빵에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아 '찜찜하고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업체들은 미온적인 반응만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제과점서 직접 만든 케이크에도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 통과되지 못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파리바게뜨 등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빵집들은 '그날 만든 생크림 케이크를 그날 모두 소진시키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개별 매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시내 모처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을 인사이트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은 표기되지 않았다.


또한 매장 직원에게 "언제 생산된 케이크냐"고 묻는 질문에 "언제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인사이트공장에서 생산한 빵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매장에서 만든 제품에는 유통기한과 제조일자가 없다. 사진 = 인사이트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서 5년 넘게 근무한 A씨는 "매장에서 만든 생크림 케이크는 보통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판매한다"며 "고객이 언제 만들었냐고 물으면 그냥 어제 혹은 오늘 만들었다고 답한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생크림 케이크에는 유통기한이 없으니 장사가 잘되는 매장이 아니면 절대 사지말라. 일부 매장에서 오래 묵은 케이크를 팔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유통 전문가들은 파리바게뜨 등 대기업들이 고객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마진율이 높은 생크림 케이크의 경우 유통기한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쉽게 말해 케이크에서 돈이 남는데 유통시간을 엄격하게 지켰다가는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과업체 관계자들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설명한다.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으면 케이크가 팔리지 않아도 냉장 보관된 상태로 일정 기간 계속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 점주들이 고객에게 제조일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셈이다.  


인사이트연매출 수조원대의 대기업인 SPC그룹은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선언하면서 윤리 경영까지 선포했다. /연합뉴스


소비자들은 "그날 만든 빵을 그날 모두 소진한다면 생크림 케이크와 빵에 제조일자를 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런 기본적인 일조차 외면하는 이유는 명백하다"고 지적한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기업들이 투명하게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밝히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감춰야 할 '불변한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특히 SPC 그룹의 대표적인 제과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현재 국내에서 3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뜻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파리바게뜨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인사이트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 /연합뉴스


일부 매장 점주들은 '먹고 죽지 않으니까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오래된 관행을 고치지 않고 있다. 


점주들이 이런 구태를 반복한다면 대기업들이 나서서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하는데도 본사에서는 방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들이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놓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에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언젠가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파리바게뜨 홍보담당 강지훈 대리는 "제과점에서 조리·판매하는 식품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른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기한 및 제조일자의 표시 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결국 법의 맹점을 핑계로 '매장 내에서 만든 제품도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명시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요구를 묵살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