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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때문에 철거 위기 놓인 '180년 성당', 통째로 들어 옮긴다

택지개발로 철거될 처지에 놓였던 구산성당을 원형 그대로 통째로 들어서 인근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사이트via ssulrui, boyeon__s / Instagram


택지개발로 철거될 처지에 놓였던 구산성당을 원형 그대로 통째로 들어서 인근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목조가 아닌 시멘트 벽돌 건물을 원형 이전하기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당 김영기 신자총회장은 22일 "현 성당 건축물을 철거할지, 보존할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종교 문화유산으로 원형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아 원형 그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자회는 이를 위해 21일 성당에서 건축문화유산 보존 기술 분야 2개 전문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마련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원형 이전 공법은 건축물 바닥(약 120㎡)을 기초부터 일정 높이로 들어 올린 뒤 진동 완충 장치가 있는 트레일러와 비슷한 장비에 실어 옮기는 방식이다.


이전할 부지까지 이동 거리는 200여m에 불과하고 60년 된 건물치고는 균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원형 이전이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건축물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안정된 지반의 이동로 확보 등 기술적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전 작업은 조사기간 20일을 포함, 8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억5천만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은 신자회 측이 충당할 계획이다.


이전에 앞서 근대문화유산 등록, 향토유적 지정 등에 대비해 실측 조사 작업도 병행한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도시(미사보금자리사업지구) 안에 있는 구산성당은 1836년 공소(公所)로 시작해 1979년 성당(본당)으로 승격했다. 올해로 공소 설립 180년, 공소 건축 60년이 됐다.


신자회에 따르면 성당은 조선 후기 순교 성인 김성우 생가터에 마을 40여 가구 주민이 한강 변에서 돌을 나르고 벽돌을 만들어 1956년 완성됐다.


성당 인근에는 김성우 성인의 묘가 안치된 구산성지가 있어 신자들의 순례 발길이 이어졌고 드라마(아내의 유혹)와 영화(비밀애) 배경으로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근대건축 전문가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노기남 대주교가 보내 준 명동성당을 짓고 남았던 목재로 만든 성당이기도 하다"며 "상주 신부 없이도 신앙공동체를 유지했던 공소는 교회 성장의 역사이자 근현대사의 현장이다"고 평가했다.


미사지구 택지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구산성지는 존치되는 반면, 구산성당은 존치 대상에서 제외돼 오는 9월 말까지 철거할 수 있게 비워줄 에정이었다.


아파트 때문에 철거 위기 놓인 '180년된 성당' 18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성당이 철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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