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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이제 채울 때! ‘마’를 몸에 담다


인사이트마는 막대기 모양으로 껍질은 다갈색이며, 상처가 없고 곧게 뻗은 것이 좋다. 사진=엄윤진


잘 채워 보자구


어때?

 

물었다. 나흘째 되는 날 나는 내게 물었다. 이번에 널 위한 비움과 채움의 시간이 어떠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진한 커피랑 티라미슈 케이크 한 조각 먹었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옆구리 콕콕 찌르는 거 아닌가. 알겠다고 했다. 먹고 싶겠다 맞장구 쳐주었다.

 

내 맞장구에 그것 말고 떡볶이도 먹고 싶다고 그런다. 그래, 그것도 먹어주마 했다. 


줄줄이 먹고 싶은 것들이 무슨 갓 군입대한 신병 입맛으로 변하는지 내 참 그때 알았다. 하지만 “안돼”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먹어줄게" 했다. 대신 며칠 있다 "그러마" 했다.

 

특별한 일 없는 한 먹는 일은 일상이다. 자고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한쪽으로 쏠리듯 좋아하는 맛에 길들어져 있던 내가 이렇게 날을 정해두지 않고서야 어찌 내 몸에 들어가는 것들을 쉬 바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해진 며칠이라도 싸워서는 될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 상황을 인정해주었다. 


내가 나를 나라고 보지 않고 객관화하기로 한 언어와 행동은 이 무렵 참 필요한 연습시간이 되었다. 철저히 너라고 봤다. 나를.


그랬더니 어린아이가 투정부리고 있는 게 보였다.

나 박하사탕! 으이구….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먹지 말라면 더 먹고 싶어지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을 당연히 여겼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금기를 넘어서고 싶은 욕구는 어찌 다스려야 하는가.


말은 에너지며 물질이다. 그래서 ‘비운다’라는 말에 멈칫했다. 비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애를 써야 할 것 같아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몸이든 마음이든 비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말 아닌가.


비워야 하는 일에 애를 쓴다는 것은 내가 의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과도한 힘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리라. 


나는 이를 화장실 가는 일과 같다고 봤다. 실컷 먹고 나면 자연스레 장을 비우게 된다. 


그래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지는 게지 화장실 가야 한다는 의지를 낸다고 해서 바로 볼일이 봐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이는 나한테 어울리는 촌스런 비유이니 다른 사람에게야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비울래’라는 말은 잠시 접어두었다. 대신 비우기 위해 채우는 일에 집중 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우되 무엇으로 채울래? 그거였다. 신선하고도 기분 좋은 먹거리!

 

인사이트그녀가 완성해 낸 마국. 보양식처럼 영양이 잔뜩 묻어나 보인다. 사진 = 엄윤진


그럼 우리 슬슬 먹어볼까?


넷째 날의 식사는 현미밥과 마국, 그리고 심심하게 무친 시금치와 콩나물 반찬으로 상차림을 했다. 


현미밥은 아침엔 반 공기, 점심때는 반 공기 조금 더 먹고 저녁때는 한 공기를 먹어주었다. 


이는 현미 죽에 이어 밥으로 넘어가는 때라 양을 조금씩 늘려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했다.


아, 내가 좋아하는 마국!

마가 그리 좋은 줄 정말이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노래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어릴 적 엄마가 마국을 끓여주면 북엇국 맛이 난다고 생각해서 후루룩 잘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 마가 위에도 좋을뿐더러 풍부한 식이섬유가 어찌나 장에도 좋은지를 알고 나니 갑자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 신이 났다.

 

마국은 어떻게 끓이느냐면 말이다.


자, 일단 다시물을 내야 한다. 다시물은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고 은근한 불로 끓여내면 된다. 


보통은 멸치도 넣어 다시물을 내는데 이번 멍때림의 시간 동안은 멸치도 생선류로 포함해 생략하기로 했다. 


거기다 강판에 간 끈적끈적한 마를 주르륵 부어 저어주되 한소끔 푸르륵 끓어 오르면 끝!


물론 소금 간 해야지. 살짝. 거기다 김 가루를 얹어서 먹으면 훨씬 맛나다는 사실. 엄마는 거기다 달걀이랑 파도 넣어 끓여 내었다. 


아, 그래서 북엇국 같다고 느꼈나 보다.


암튼 끈적끈적한 성분은 뮤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위를 보호하고 치유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은 왠지 먹는 순간 느낌으로 알게 되는 데 있는 것 같다.


위가 따뜻해지고 사랑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로 한동안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한테 마국을 끓여 주기도 했다.


어때요? 어때. 맛있지? 좋지?


유치하게 맛있다는 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들이대는 내 모습에 기꺼이 오케이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난 확신한다. 정말 좋은 마라니까.


아침 국에 수저를 들던 한 친구가 그런다.

 

이거 해장하기 딱인데….

그래. 생마를 갈아 먹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게 더 먹기 쉽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가까이 두고 먹으렴.


대신 마가 쉽게 무르기도 하므로 보관할 때는 신문지에 돌돌 말아 냉장고에 나는 둔다.


나의 구황작물 목록에 들어간 아주 멋진 친구, 마에 대해선 이 정도로 찬사를 늘어놓을까 보다.


아무튼 나흘째 저녁이 되니 몸이 조금 이완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가벼워졌다고나 할까? 


하긴 늘 빵이랑 커피를 즐기는 내 몸은 단것을 찾고 조금 있다가는 짭쪼름한 것을 먹어주는 연속이었으므로 그래서 잠시도 위를 쉬게 해주지 못했으므로 비로소 위가 제시간에 일하고 쉬는 것을 허락해 준 셈이 되었다.


내가 좀 심했지….

잘 때조차도 위는 일을 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미안. 쏘리.


나를 들여다보다


내가 무얼 먹고 있는지 잘 바라보는 일이 시작된 거다. 그로 인해 몸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시작되었다는 말씀이지.


혹시 이런 일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허겁지겁에서 벗어나는 일 말이다.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일 말이다.


버린다는, 비운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버려지고 비워지는 경계선에 내가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매일 새벽은 다가왔지만 지금까지 난 여전히 잠결에 서있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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