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3 (수)
  • 서울 26 °C
  • 인천 26 °C
  • 춘천 22 °C
  • 강릉 28 °C
  • 수원 26 °C
  • 청주 26 °C
  • 대전 26 °C
  • 전주 28 °C
  • 광주 28 °C
  • 대구 27 °C
  • 부산 27 °C
  • 제주 29 °C
경제

직장인에게 '안식월' 주면 안되나요?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이번 여름에 안식년 받아서 미국 간다며? 완전 로또 당첨된거나 마찬가지네. 아이들 영어 공부하고 오기에 딱 좋은 나이잖아!"


“그래서 집사람이 싱글벙글이야!”

 

교수가 안식년을 간다는데, 자녀의 영어공부를 이야기하는 이 대화.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교수, 안식년. 이런 단어들은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손에 닿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 느낌을 준다.

 

대학의 학사 일정은 성적 처리와 입학사정 등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4개월의 방학을 누리는 셈이다. 


일반 회사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 기간이 근무 연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월자나 연차 휴가를 모두 누리는 사람은 평균 몇% 정도나 될까?


이에 대한 통계치를 구할 수 없어서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변에서 흔히 보는 30대부터 50대 사이의 일반 회사원들의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누구나 가는 여름 휴가를 일주일 이상 마음껏 즐기는 사람을 필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단 며칠 간의 여름휴가도 불편하다.

 

공장 전체가 가동을 중단하는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아서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으나, 한 부서에서 다른 사람이 휴가를 갈 때는 그 사람의 업무를 일시적으로 대신 떠안는다든지, 휴가를 가기 전 주요한 일 처리를 마치고 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휴가 전에 몹시 피곤하고, 또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는 밀린 일 처리로 2~3주 피곤이 계속되는 경험. 독자는 하지 않았는지….

 

어쩌다가 개인 사정으로 월차를 쓰려고 하면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사람의 일이란 늘 머피의 법칙이 심술을 부려서 휴가를 간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고,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언제나 연락이 가능해진 요즘은 휴가를 떠나도 마음이 불안한 적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 만일 그 방법으로도 연락이 안 닿으면 요즘은 개인적인 사이버공간 페이스북 메세지까지 보내면서 상대방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확인하며 욕을 해댄다.


‘메시지까지 다 읽었으면서 왜 답을 안 하는 거야?’라면서….

 

특히 성질 급한 거래처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휴가 중이라고 답변을 했을 때 돌아오는 댓가란 가혹하기까지 하다. 


‘당신이 지금 휴가나 갈 때냐?’는 둥, ‘돈 안 벌어도 되는가 보다’ 라는 둥 온갖 욕지거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이런 한국의 실정에서 일반 회사원들이 느끼는 대학교수의 안식년제도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선택 받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느껴지곤 한다.

 

영어교육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하는 부모들에겐 부모의 안식년을 따라 영어권에서 학교를 다녀보는 경험은 로또를 맞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한 교육기회를 가졌던 아동들은 영어특기자나 특목고 입학의 기회를 쉽게 가질 뿐더러 또 다시 사회의 상류층 진입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곤 한다.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들에게 정말로 안식년에 연구를 많이 했다고,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해서 많은 자료조사를 했노라고 말하는 사람은 듣지 못했다. 


실컷 쉬었다, 골프 많이 쳤다, 여행 많이 했다, 아이들 영어공부에 유익했다고만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일반인들이 느끼는 반감이 엄청나다.

 

하나님도 쉬었다는 안식년

 

안식년이란 원래 성경에서 유래된 것으로 7일째 하나님도 쉬었다는 것에 근거하여 종교단체나 영미계의 대학에서 교수에게 학교 수업에서 벗어나 더 여유 있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7년에 한 번씩 쉬도록 하려는 의도지만 한국에서 안식년제도는 왠지 원래의 의도와는 많이 달리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안식년제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학에서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좋은 제도이다. 


종교적인 의미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따져 볼 때 인간에게 반드시 주어져야만 하는 제도임이 틀림이 없다.

 

농경사회에서 인간뿐 아니라 땅에도 휴지기를 주어왔듯이 사람에게도 안식년과 같은 휴지기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쉴새 없이 달리기만 하는 기업에게 안식년이란 단어는 외계인의 언어처럼 들린다. 


안식년을 기업에서 들먹이면 아마 누구나 그 사람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안식월 정도는 어떨까?

 

기업의 부담이 덜 가는 차원으로 충분히 안식월 정도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그 정도는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짧게는 3년, 좀 길게는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2~3개월의 유급휴가는 전혀 큰 부담이 가는 액수는 아니다.

 

안식월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를 조사하다가 JYP의 박진영이 6년 근무를 한 직원에게 3개월의 안식월을 주었고, 자신도 안식월을 썼다는 기사를 접했다.


오랜 기간 과도한 업무에 지쳐 사직을하려는 직원을 떠나게 않게 하려고 시작된 것이라 한다.

 

인사이트JYP의 박진영은 과도한 업무에 지쳐 사직하려는 직원을 위해 안식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외국의 기업들은 한국과 달리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장기 근속자의 경우 해마다 1일씩 늘어나는 휴가 일수로 10년 이상 근무를 한 사람들은 1년에 거의 한 달 정도의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안식월까지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한국지사의 경우에는 3년 근속에 1개월 정도의 안식월을 주는 회사를 몇 곳 발견할 수 있었다. 자료 조사 중 안타까운 기사도 접했다.

 

2013년 10월에 발표된 신문기사에는 서울시 공무원 중 10년 근속자에 한하여 안식월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공무원이 한 달 보름 이상을 유급휴가를 쓰겠다는 발생이 문제라는 비판과 더불어 며칠 뒤 기사에는 연간 휴가 인원을 600명으로 제한한다는 소식도 올라있었다.

 

그렇다면 해당 공무원 모두가 안식월을 누리기에는 20년이 걸린다는 황당한 수치를 언급한 기사도 보였다. 


이런 기사를 접하니 아직은 안식월을 언급하는 것조차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민국 일반 국민이 가지고 있는 의식은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의 철학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기업의 행위는 역효과를 내기 일쑤다. 


법적인 잘못을 사죄한다는 의미로 사재를 사회에 기부한다고 허망한 약속을 해 놓고는 몇 년 뒤 국민들이 그 공언을 잊어버리기를 기대하는 파렴치한 속임수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최고 경영자가 진심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외적으로 보이는, 홍보의 또 다른 수단이 아닌 근로자의 안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충성도가 높은 직원을 떠나지 않게 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3년 일하면, 5년 일하면 안식월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보너스를 준다는 것보다 더 큰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근로자가 회사의 울타리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회사를 바라보며 더 공헌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잠시나마 여유를 누리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로 인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미래환수 이익은 다른 어떤 시설 투자나 연구비 투자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안식월제도, 기업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줄 수는 없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