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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임스김과 우리 자영업

 

 

제임스 김은 7년 전 미국 오리건 주에서 조난 사고로 사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가족과 여행을 떠났다 산악 도로에서 폭설에 갇히고 말았다. 차 안의 음식을 아내와 어린 두 딸에게만 먹여가며 버텼으나 일주일이 되도록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그는 직접 구조를 요청하러 가는 결단을 내린다. 

 

테니스화에 스웨터 차림으로 길을 나선 제임스 김은 결국 떠난 지 4일 만에 눈더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틀 전 가족들이 구조된 곳에서 불과 1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당시 국적을 떠나 많은 이들이 제임스 김의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셨다. 가족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어 가는 시기에 가장으로서 책임감과 희생정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였고, 그냥 가족과 남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더욱 마음 아프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비록 제임스 김의 이야기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많은 가장들이 그에 못지않은 각오로 길을 나서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자영업 창업의 현장이다. 

 

콩나물 시루 창업 전쟁

 

미심쩍은 각종 통계의 홍수 속에서 주요국 대비 몇 배나 높다는 국내 자영업 비중만큼 신뢰가 가는 수치도 드문 것 같다. 어디를 돌아봐도 음식점에 커피숍 천지다. 핵심 상권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도 사람이 지나 다니나' 싶은 곳까지 어김없이 가게들이 들어차 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전국 자영업자의 반이 오늘 당장 휴가를 떠나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자영업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의 양은 자연스럽게 경쟁의 질로 이어진다.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펼쳐지던 살벌한 점수 다툼이 그대로 골목으로 들어왔다. 자영업과 연관된 사업을 시작하고 거리의 가게들을 좀 더 유심히 보게 되며 필자가 깨달은 건 매일매일 골목에서는 생존을 건 경쟁과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식점의 가격표는 수시로 바뀌고 메뉴는 점점 다양해진다. 지구 반대편에서 성공한 아이템이 실시간으로 도입되고, 마케팅 전문가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참신한 이벤트가 철마다 펼쳐진다.  

 

미국에서 요식업 컨설팅을 하는 지인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기준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지도했는데, 자신의 예상이 틀리는 경우가 빈번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양국민의 미각이나 서비스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한국에서 몇 달 못 버틸 것 같은 업소도 미국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어린 두 딸을 차에 두고 길을 나선 제임스 김씨가 생후 7개월 된 둘째딸을 안고 밝게 웃고 있다.

 

 

열악한 자영업 환경 

 

사실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는 단순히 경쟁의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자영업을 둘러싼 문화와 환경도 훨씬 열악한 편이다. 미국의 자영업자들이 세금은 별도로 받고 인건비는 팁으로 따로 챙기는 반면, 우리네 자영업자들은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처럼 모든 부담을 홀로 짊어지고 버티는 중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자영업 창업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겁이 나서 프랜차이즈라도 찾아간 자영업자들에게는 다시 엄청난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가 반긴다. 1년 안에 반이 폐업한다는 참혹한 현실에서 알토란같은 가계의 여유 자금이 연기처럼 사라져간다. 

 

그럼 자영업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정답이다. 당신이 비용 대비 수익을 따지는 투자자라면 말이다. 하지만 폭설에 차 문을 열고 뛰어나간 제임스 김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기술 전문 미디어의 수석 편집자였던 그가 간단한 확률 계산을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도 폭설에 테니스화에 스웨터를 입고 구조 요청을 가는 것이 얼마나 승산이 낮은지는 알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차 안의 식량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낮은 승산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었다. 자영업 창업에 몰려드는 우리 가장들의 선택은 제임스 김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 있다.

 

 오늘도 수많은 용감한 사장님(?)들이 간판이 즐비한 도심속 모험을 떠나고 있다.



 

구조대 필요한 때

 

제임스 김이 사망한 후 나온 기사에 따르면, 그가 방향을 반대쪽으로 잡았으면 민가를 발견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한다. 산악 GPS가 있었다면 애초에 길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등산 장비만 제대로 갖추었어도 생존 확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창업 교육이나 자금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협동조합이나 공유경제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필자도 최근 공유경제 기반의 자그마한 아이디어로 자영업자들의 창업비용을 낮출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이 중 어떠한 방안도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시장은 정상을 찾아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가장들이 폭설에 창업의 길에 나선다. 그나마 준비해 놓은 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들을 이끈다. 확률의 신은 물론 그들의 편이 아니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성공 소식에 힘을 얻기도 하면서... 

 

늦기 전에 구조대를 보내기 위해 사회 전체가 지혜와 힘을 모야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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