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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진짜 이유
정우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진짜 이유
김연진 기자 · 12/16/2016 05:51PM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국가란 국민이다!" 


성난 국민들의 외침에도 여전히 불 꺼진 청와대를 보면 문득 떠오르는 영화 대사가 있다. 국가의 의미를 명쾌하게 정의한 '변호인'의 명대사가 그것이다.


개봉 당시에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더욱 가슴에 새겨지는 영화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자 정부는 못마땅했을 것이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추모의 물결을 일으키면서 박근혜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청와대는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든 영화 제작사 CJ를 압박했다. 


주연 배우와 투자자는 무사했을까. 변호인의 주인공 송강호는 한동안 영화계에서 캐스팅이 뜸해지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인사이트영화 '변호인'


정우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변호인'에 적극적인 출연 의사를 밝혔다. 마땅한 배역을 찾지 못해 출연이 무산되자 소규모의 제작 투자까지 하면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런 정우성의 행동이 무척이나 거슬렸을 것이다. 결국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관리'하고자 그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등록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변호인과 관련된 제작진, 배우 이외에도 정부의 감시 대상은 문화계에 무려 '9,473명'이나 된다. 


정부는 이렇게나 많은 문화인들을 이른바 '사찰'하면서 박근혜 정권에 맞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감추려고 했다.


역사적인 사례를 들춰보면 이와 유사한 사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인사이트영화 '국제시장'


이른바 정치적 암흑기였던 유신시대, 헌법 위에 군림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중음악, 만화 등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탄압했다.


서슬 퍼런 5공화국, 전두환 정부는 대대적인 문화융성 정책인 이른바 '3S 통치' 정책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렸다. 스포츠(Sport), 섹스(Sex), 스크린(Screen)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도 문화를 '통치의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유신 정권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한 영화 '국제시장'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제작 투자를 독려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국제시장'을 직접 관람하는 '정치적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반면 세월호 참사 관련해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 '다이빙 벨'은 상영관조차 구하기 힘들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어쩌면 탄압을 받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인사이트영화 '다이빙벨'


영화계만 사찰하고 관리한 게 아니었다.  


청와대가 tvN 'SNL코리아'에서 정부를 풍자한 내용을 다룬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 제작진들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하고 편성에 압박을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처럼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블랙리스트 장부'를 관리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정부의 검은 속내는 '원활한 통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를 활용해 국민들을 통치하기 좋은 '어리석은 국민들'로 만들고자 했던 셈이다.


흥미를 끌 수 있는 이벤트를 활용해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친정부적'인 내용의 컨텐츠를 권장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 권력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동시에 애국심을 내세워 말 잘 듣는 '착한 국민'이라고 치켜 세운다. 


때로는 정부의 목소리에 따르지 않는 국민을 상대로 '어른스럽게' 훈계하기도 한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블랙 리스트 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인사이트오마이뉴스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고 융성한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블랙 리스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문화 융성'을 위한다며 설립한 K스포츠, 미르재단은 비선 실세의 배만 불린 '비리의 온상'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부터 지속해온 정부의 문화 탄압은 그 고리를 끊지 못하는 '대한민국 권력자의 어두운 전통'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문화를 수단이나 허울 좋은 명분으로만 여긴다면 이 불행한 전통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정부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외친 정우성 씨의 한 마디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국민들도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박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아야 한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