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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벤클러의 펭귄과 리바이어던’

 

 

몇 년 전에 잡지에서 탐스(TOMS)신발에 대한 소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6만 원짜리 신발을 하나 사면 아르헨티나 빈민가의 소년소녀들에게 신발 한 켤레가 제공된다는 컨셉을 갖고 탄생한 신발브랜드라는 것이었다. 

  

당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심이 많던 때라서 제품이 지향하는 바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얼마 뒤에 백화점에서 탐스 신발을 마주치자 바로 구입을 했었다. 그 신발은 아주 단순했으므로 6만원씩 나갈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가격이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도 아니었고 남미의 빈곤한 어린이들을 도와준다는 마음에 기쁘게 돈을 지불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서 탐스 신발은 히트를 치게 되었는데, 내가 처음 신발을 사던 시기에는 탐스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었고, 그렇기 때문에 길에서 그 신발을 신은 사람을 보게 되면, '아 저 사람도 나처럼 탐스의 가치에 공감했나보다'라는 생각에 일종의 유대감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탐스 신발을 살 때 다른 신발과 굳이 비교해서 비용 대비 효용이 가장 높은 신발을 구입하려 하지 않고, 즉석에서 그 신발을 살 수 있었던 것은 탐스 신발 구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협력의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요차이 벤클러의 "펭귄과 리바이어던"은 이처럼 신발구매와 같은 개인의 행동이 물질적인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타인에게 협력하는 방향도 감안하는 등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여 이뤄진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리눅스나 위키피디아의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앞으로의 조직 보상체계의 설계나 플랫폼을 설계할 때는 물질적 인센티브만을 고려하기 보다는 협력과 공동체 의식, 도덕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자기가 말하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할 때는 하염없이 설명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간결하게 말하는 걸 선호하게 되는데, 그 결과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설명들이 많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 뿐 아니라 협력하는 속성에도 눈을 돌려보라는 저자의 주장처럼 요즘에는 협력이라는 화두가 부쩍 강조되는 것 같다. 온라인상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익명의 자원자들을 모집하여 오케스트라를 연주했다거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사례가 있으며, 페이스북에서 프로그래머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도움을 구하는 회원이 글을 올리면 전문적 지식들을 아낌없이 제공하기도 한다. 

 

 

펭귄과 리바이어던 | 요차이 벤클러 저 | 반비 | 2013.10.07

 

 

네이버, 다음의 카페에서 멤버십 회원들 간에 공동구매가 이뤄지기도 하며, 이제는 아예 소셜커머스라는 비즈니스로까지 진화했다. 순수한 협력과 상업성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지만,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소통의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저렴해지면서 유달리 협력이 많이 이뤄진다는 걸 느낀다. 오프라인에서는 CSR개념을 적용한 공정무역이라든가 대기업들의 전통시장상품권 구입 등이 은근한 관심을 끈다. 

 

기술 발달로 인한 협력과 소통시대 

 

이미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부터 가족들 간의 소통이 훨씬 수월해지고 양적으로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손안의 퍼스널컴퓨터인 스마트폰까지 대부분 하나씩 갖게 되면서, 친구들과 카톡문자를 주고받고, 페북으로 '좋아요'를 날리는 일이 너무나 보편화되었다. 입소문이 스마트폰을 타고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므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 친구에서 친구로 순식간에 소식이 퍼져나간다.  

 

분명 과거보다 더 협력적이고 서로 띄워주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살게 되었으며, 고립된 개인으로서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보다는 소통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아져버렸다. 상대적으로 협력과 소통을 위한 에너지와 노력이 굉장히 낮아져 버려서, 이제는 협력과 소통은 어디에나 들어가는 양념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탐스 신발이 조금 비싸더라도 아르헨티나 빈민가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나의 감성을 충족시켜준다는 뿌듯함에 기꺼이 구매할 수 있었듯이, 조직에서도 비록 나에게 보상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어떤 가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료에게 도움을 받는 또 다른 동료가 다른 협력적 행동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이제 조직이나 플랫폼을 설계하거나, 하다못해 조그마한 조직이나 팀을 운영하더라도, 아니면 마케팅을 하거나 상품을 기획하더라도, 개인 간의 협력심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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