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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배신한 박근혜와 호남 농락한 박지원의 '대국민 사기극'
영남 배신한 박근혜와 호남 농락한 박지원의 '대국민 사기극'
황규정 기자 · 12/02/2016 11:04AM

인사이트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요즘 대구가 이상하다. 식당 곳곳에 붙어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방문으로 꽤 쏠쏠한 장사 수완을 올렸던 상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밥맛' 떨어진다는 손님들의 원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잃어버린 민심을 찾기 위해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지난 1일 전격 방문했지만 대구 시민들은 그저 냉담하기만 했다.


그렇게 대구 시민들이 지워나간 박 대통령의 자리에는 그들이 느껴야 했던 '배신감'과 '허망함'이 대신 채워지고 있었다.


인사이트대구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대구는 '수구꼴통'이라 불려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드러냈던 곳이다.


18대 대선 당시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의 80%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찍었을 정도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로 처음 대구에 발을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이곳 시민들은 항상 '우리 박근혜'의 정치적 동반자가 돼왔다.


하지만 믿는 자에게 찍힌 발등이 더 아프다 했던가.


콘크리트인 줄만 알았던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은 성주 사드 배치로 점점 균열되기 시작하더니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3%까지 곤두박질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수습할 틈도 없이 모래성처럼 무너진 대구 시민들의 민심과 그 허망함.


이는 지역주의에 편승해 맹목적으로 한 쪽만 지지했을 때 우리에게 닥칠 위기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눈 감고도 찍는다는 '1번' 예찬 덕분에 새누리당은 항상 대구를 기득권 유지에 이용해왔다.


이들은 매번 지역감정을 조장해가며 '영남'이 살려면 새누리당을 찍어야 한다고 읍소했고, 영남 시민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들을 찍었다. 


그 결과 이 나라는 비선 실세 최순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인사이트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좌) 연합뉴스, 누리꾼이 만든 국민의당 새로운(?) 로고. (우) 온라인 커뮤니티


시민들의 지역감정과 정치적 무관심을 악용한 일련의 사태가 비단 새누리당만의 문제일까.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제3당'으로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정적인 순간 '발빼기'를 시전한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일 '비박계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는 명분을 들이밀며 탄핵 표결을 미뤘다.


믿고 맡겼던 국민의당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호남 시민들은 "박지원이 노련하게 화내는 척하면서 한자리해보려 탄핵을 막았다"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좌우를 막론하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꼴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거센 분노에 깜짝 놀란 국민의당은 곧바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야권 균열의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국민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의당을 대표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올린다"며 고개 숙였다. 


혼란한 시국을 틈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4.19혁명과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선배들이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수호한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는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 외에 그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저 짖어대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기득권들에게 이번에는 절대 녹록지 않을 것임을 말해야 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박근혜 퇴진'이 끝이 아니라 지금껏 국민을 농락해온 정치인들의 아귀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개돼지'가 아님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일 터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최근 한 연예인이 읊조렸던 김남주 시인의 '시 한 소절'이 가슴에 되새겨지는 나날이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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