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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박근혜를 지지했던 이 늙은이를 용서하세요"
"한때 박근혜를 지지했던 이 늙은이를 용서하세요"
장영훈 기자 · 11/28/2016 05:13PM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던 지난 26일.


하얀 백발의 김모 할아버지(87)는 힘겨운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평생 새누리당만 알고 새누리당 후보만 찍어왔다는 김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다"며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 숙였다.


재수생 아들을 두고 있다는 한 회사원 가장 정모(52) 씨는 "아들에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며 "그런데 이번 일로 아들이 크게 좌절할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번 촛불집회는 그 여느 집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 젊은 세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되는 50~60대 기성세대에서부터 70~80대 노인세대까지 발 벗고 나서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대학생 권모(24) 양은 "아무런 노력도 않고 부모님을 잘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승승장구하는 애들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꼈다"며 "과연 우리나라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인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실제 일반 가정 뿐 아니라 직장과 학교 등 일상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에게 분노를 넘어 허탈감과 절망감을 안겼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은 분노가 되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는 어느덧 5회차를 맞이했고 26일 이날 하루 전국에만 19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기록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불을 꺼놓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측이 제시한 29일 대면조사 최후통첩마저 준비시간 부족을 이유로 또 거부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의 뜻을 다시 한번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원론적인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한때 박 대통령을 지지해서 미안하다며 젊은이들에게 용서해달라고 거리에 나선 지지자들의 목소리마저 외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이제는 침묵을 깨고 국민들 앞에 나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를 지켜야 할 때가 아닐까.  


장영훈 기자 hoo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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