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는 왜 귀를 잘라 여인에게 줬을까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888년 12월23일 프랑스 아를에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 창녀에게 건네줬다는 이야기는 그의 정신이상 증상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다.
영국 출신의 전직 미술사 교사 버나뎃 머피는 이 일화에 의문을 품었다. 귀를 잘랐다면 귀 전체를 자른 것인가, 일부만 자른 것인가, 잘라낸 귀를 줬다는 창녀는 누구인가. 왜 반 고흐는 피투성이 선물을 그 여자에게 가져갔을까.
신간 '반 고흐의 귀'(오픈하우스 펴냄)는 머피가 이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7년간 조사하고 연구한 과정과 그 결과 찾아낸 답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정확한 기록 없이 신화로 떠도는 일화의 진실을 찾기 위해 온갖 자료를 모으고 퍼즐을 맞춰간다.
각국의 기록물 보관소를 비롯해 푸줏간 주인, 우편배달부 등 당시 아를에 살았던 주민 1만5천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각종 공문서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19세기말의 손글씨까지 공부했다.
결정적인 자료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 도서관에서 찾아냈다. 반 고흐가 귀를 잘라낸 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상처를 처음 처치했던 의사 펠릭스 레의 기록이었다. 저자는 레의 기록을 토대로 반 고흐가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를의 노란집 아래층 스튜디오에서 자화상을 그릴 때 사용했던 거울 앞에서 면도기를 들고 귀를 잡은 다음 귀 전체를 절단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기록은 2016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 공개됐다.
반 고흐가 귀를 줬다는 '라셸'이라는 여성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당시 창녀들의 진료 기록을 뒤지고 당시 아를의 인구조사 기록, 반 고흐가 귀를 잘랐던 날 출동했던 경찰의 기록 등을 세세하게 추적한 결과 그녀의 실제 이름이 '가비'(가브리엘)라는 것을 알아낸다.
가브리엘의 손녀를 직접 만나는 등 조사 끝에 저자는 가브리엘이 창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1888년 1월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렸던 가브리엘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 밤에는 매춘업소에서 하녀로 일했고 아침에는 광장의 상점들을 청소했다.
저자는 반 고흐가 가브리엘에게 그녀의 망가진 피부를 대체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건네줬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변변치 않은 보수에도 열심히 일하는 것에 감동하고 상처 입은 팔에 가슴이 아팠을 반 고흐가 가브리엘에 대한 진심 어린 염려와 친절에서 귀를 건넸다는 것이다. 물론 쇠약해지고 있던 정신 상태도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7년간 반 고흐라는 인물을 탐구했던 저자는 그동안 반 고흐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실질적으로는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반 고흐가 그날 밤 자신의 귀를 가브리엘에게 준 것은 그녀를 겁먹게 하려던 것이 아니라 구원을 가져다주려고 한 것이다. (중략) 이 하나의 행동에서 우리는 반 고흐에 관해 그간 간과하고 있었던 너무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이타적 행위였다. 사려 깊고, 세심하며 극도의 공감능력을 지닌 사람의 처신이었던 것이다." 박찬원 옮김. 456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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