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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장서 일하다 시력 잃어 이제 딸 얼굴도 볼 수 없습니다"
"삼성 공장서 일하다 시력 잃어 이제 딸 얼굴도 볼 수 없습니다"
황규정 기자 · 05/18/2017 11:35AM

인사이트이현순씨의 모습 / 사진 제공 = 민석기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이현순 OO이가 사랑한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6살 난 딸이 적은 편지를 이제 이현순씨는 더이상 보지 못한다. 


18일 노동건강연대는 삼성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고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이현순 씨의 사연을 전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15일 삼성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중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병원으로 향했다.


인사이트이현순씨의 딸이 적은 편지 / 사진 제공 = 민석기 


피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와 밤샘 근무를 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다음날 오후 2시께 힘들게 눈을 떴다. 그때 사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릿해졌고 곧바로 대학 응급실로 옮겨졌다. 


10시간 동안 각종 정밀검사를 거듭한 끝에 '저산소증'과 '뇌손상'이 확인됐다. 의식은 회복했지만 앞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공장에서 금속 부품 가공을 위해 사용됐던 값싼 '메틸알코올(메탄올)'.


인사이트사진 제공 = 민석기 


독성물질인 고농도의 메탄올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였던 이씨의 뇌와 눈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오른쪽 눈으로는 희미하게나마 사물을 볼 수 있지만 왼쪽 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이씨가 잃은 건 눈만이 아니다. 왼쪽 팔다리도 제대로 쓸 수 없고 다리도 절고 있다. 말도 의지와 상관없이 더듬거린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씨는 대학병원에서 안과, 신경과, 정신과, 비뇨기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민석기 


주말도 없이 맞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한 이씨의 손에 쥐어진 돈은 매달 200만원. 4대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현재 이씨를 삼성전자 하청업체에 불법 파견한 업체 대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가해자들은 1심 판결을 받아들였고, 이후 피해자들과 연락을 끊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민석기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씨처럼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다 시력을 잃은 노동자는 6명이다.


노동건강연대 측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찾는 한편, 피해자의 피해보상과 장애 재활 훈련을 위한 후원을 받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고, 희망마저 잃어버린 이들에게 작은 손길을 보태고 싶다면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바로가기)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삼성 스마트폰 만들던 아들이 상견례 직전 실명했습니다"하청공장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노동자들이 실명하는 사례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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