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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원고에서 널 만난 지 1163일째 되는 날이야"

세월호 참사로 사귄 지 100일된 여자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져 보는이를 눈물짓게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서민우 기자 = "우리 100일 때 나 수학여행 가는데 그냥 가지 말까?"


지난 13일 '경북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한 편의 익명 사연이 많은 이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글쓴이 A 씨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오늘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편 쓰고 싶다며 입을 뗐다.


A 씨는 "오늘은 너랑 나랑 만난 지 1,163일째 되는 날이야"라며 "오늘따라 너와의 100일이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편지를 시작했다.


A 씨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다른 학교에 다녔던 여자친구 B 양과의 사연을 소개했다.


A 씨는 지난 2014년 당시 사귄 지 100일째 되는 날과 학교 수학여행이 겹쳐 실망한 B 양을 달랜 후 그를 수학여행에 보냈다고 전했다.


그런데 B 양의 학교는 단원고등학교였고 B 양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이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사실도 모른 채 A 씨는 수업을 듣고 난 후 확인한 B 양의 문자에 의아해했다.


"99일 동안 너무 행복했어",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나 연락 안 돼도 너무 슬퍼하지 마"


A 씨는 B 양의 문자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었고, 세월호 참사 소식을 확인한 후에야 미친 듯이 울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100일 때 내 옆에 있어 줘'라는 말 한마디면 널 지킬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당시 심정을 회상했다.


또 A 씨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라며 "근데 나한텐 그게 아니더라"라고 말하며 아직 B 양을 가슴 한편에 품은 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편 A 씨는 B 양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전하고 "정말 미안해, 그리고 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서민우 기자 minwo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