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7천만원에 낙찰받은 백석 시집 사회에 환원”

제약회사 장인제약의 지경환(49) 대표는 7천만 원에 낙찰받은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을 문학박물관을 지어 기증해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고 전했다.


ⓒ 연합뉴스

 

"기부는 중독성이 있는데 제가 가진 것을 혼자 보는 것보다 (많은 사람과) 같이 보고 같이 소유하는 게 더 기쁩니다."

 

국내 근현대 문학 서적 경매 사상 최고가인 것으로 알려진 7천만 원에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을 낙찰받은 주인공은 제약회사 장인제약의 지경환(49) 대표였다.

 

지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국내 근현대 문학 작품 초판본과 노벨문학상 수상작 초판본 등 국내외 문학 작품 초판본을 수집해왔다.

 

우리에게 영화로 더 유명한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노벨문학상 수상작 초판본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지 대표의 꿈은 사재를 털어 모은 희귀 초판본을 단지 혼자서만 보고 소장하는 게 아니라 '문학박물관'을 지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이다. 이번에 7천만 원의 큰돈을 들여 '사슴' 초판본을 낙찰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24일 연합뉴스에 "여태껏 수집한 문학 작품 초판본을 사회에 기증할 때 백석의 '사슴'은 꼭 있어야 하는 책 중에 하나였다"면서 시집을 기증할 생각이어서 금액과 상관없이 경매에 입찰했다고 말했다.  

 

1936년 1월 발간된 '사슴'의 초판본은 100부밖에 찍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진행된 경매에서 시작가만 5천500만 원이었다.

 

지 대표는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은 모든 국민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토목공학도였던 그가 책 수집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데미안' 초판본을 선물 받고서부터다.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데미안' 초판본을 선물받은 것을 계기로 문학에 눈을 떴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한 문학 컬렉터의 수집품을 보고는 지금이 소망을 펼칠 기회라 생각했고 (파주 본사에) 박물관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국내 수집가로부터 구매, 경매 등을 통해 문학작품 초판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초판본 가운데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7천여 점, 한국 문학작품은 1만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가 사용한 타자기, 노벨문학상 상장, 메달 등도 소장하고 있다. 장인제약 파주 본사에 150평 규모의 '세계문학박물관'도 만들었다.

 

지 대표는 4만~5만 평 규모의 부지에 3천 평 규모의 문학박물관을 지어서 지금까지 수집한 책을 사회에 기증할 계획이다.  

 

"외국의 문학박물관에 가보니 박물관 자체도 잘 돼 있지만 콘텐츠, 박물관 관리도 잘 돼 있었는데 한국 문학박물관을 돌아보고 실망을 했습니다. 문학박물관을 지어 운영 노하우까지 마련해서 기증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