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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떨어진 엄마의 취한 모습 본 연대생 아들이 올린 글

22년간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한 엄마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본 아들은 소리없이 울었다.

인사이트gettyimageBank, Facebook 'yonseibamboo'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아들, 엄마 임용 1차 떨어졌네..."


어릴 적 꿈이었던 선생님이 되기 위해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뒤늦게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엄마는 처음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2년간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한 엄마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본 아들은 소리없이 울어야만 했다.


지난 8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뒤늦게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에 나선 엄마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누리꾼 아들 A씨는 "엄마는 간호학과를 졸업하시고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셨다"며 "하지만 일을 그만두시고 20살 적 꿈이었던 선생님이 되기 위해 임용고시에 도전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2년간 오로지 아들을 위해 헌신해오신 엄마가 하고 싶으신 삶을 살아가시는 모습이 보기 너무 좋았다"며 "그래서 나는 엄마를 응원했다"고 말했다.


아들 A씨 엄마는 매일 빨래를 갤 때마다 옆에 보건학 책을 들고 일하셨고 부엌에는 A씨도 잘 알지도 못하는 용어가 적힌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졌다.


또한 설거지를 하실 때면 혼자서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시는가 하면 전화 이외 잘 사용하지 않던 스마트폰까지 배워 인터넷 강의를 보는 등 선생님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갔다.


인사이트gettyimageBank


아들 A씨는 "한을 풀기라도 하듯 공부하시던 엄마는 그렇게 시험을 보셨다"며 "하지만 내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1차 발표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냈었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어제 내 생에 처음 엄마가 취한 모습을 봤다. 임용 1차 발표가 난지 좀 지난 후였다"며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엄마가 처음 취해 집에 들어오신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 A씨에게 당신이 고3 수험생이던 시절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범대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A씨의 엄마는 간호사 첫 월급을 받고 부모님께 선물 드리며 간호사로 살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현실에 타협한 것을, 결혼 육아 때문에 꿈을 뒤로 미뤄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날의 결심을 조금은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자신밖에 모르고 지냈던 아들 A씨는 엄마의 고백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축 처진 엄마의 뒷모습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아들 A씨는 "엄마가 이제는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만약 올해도 엄마의 도전이 이어진다면 받기만한 엄마의 희생에 보답하고 싶다"고 응원했다.


한편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꿈을 위해 도전하는 A씨 엄마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응원하며 두 모자(母子)의 앞날을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