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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문근영이 연기한 14살 '금사빠' 소녀 줄리엣

배우 문근영이 긴 공백기를 깨고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돌아왔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배우 문근영(30)이 긴 공백기를 깨고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돌아왔다.


문근영은 극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줄리엣'을 연기했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미모로 무대를 누빈 문근영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줄리엣' 역과 잘 어울렸다.


관객들은 'TV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문근영이 무대에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아해했지만, 문근영은 보란 듯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관객들은 줄리엣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문근영의 모습에 금세 몰입했고 그녀의 진지한 눈짓, 손짓에 따라 울고 웃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원수 집안인 '몬태규가' 로미오와 '캐플릿가' 줄리엣의 죽음마저 초월한 세기의 사랑을 그린다.


셰익스피어가 써 내려간 '소네트' 형식의 주옥같은 대사를 그대로 살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을 애틋하게 풀어냈다.


원작이 지닌 고전적인 매력을 맛있게 잘 살려낸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와 무대, 의상은 현대적으로 재창작해 구태의연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주로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해온 문근영이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 없이 무대에 섰다간 대중에게 실력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근영은 데뷔 18년차 답게 안정적이고 노련했다.


특히 "오, 로미오! 변덕스러운 달에 우리의 사랑을 맹세하지 마세요. 당신의 가슴에 대고 우리의 사랑을 맹세해주세요"같은 예스러운 대사를 경쾌하게 소화할 때 그녀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


문근영은 현대적으로 재창작되면서 부득이하게 가미된 '코믹'하고 '야한' 대사가 나올 때도 극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무대 가운데에서 무게를 잡아줬다.


그 덕에 '로미오'와 친구들로 나오는 박정민, 이현균, 김성철이 자신감을 갖고 '웃긴' 대사를 자유롭게 칠 수 있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3가지가 없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무대, 발연기 배우, 지루함.


흰 벽과 작고 투명한 구조물만 있는 무대에 볼거리가 없다며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지만, 단순한 무대는 오히려 배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다가 손병호, 서이숙, 배해선, 김호영, 양승리 등 연기를 허투루 하는 배우가 한 명도 없어 극이 탄탄하게 흘러가며, 지루하거나 졸리지 않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물론 목숨 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절절한 원작만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또 문근영과 박정민의 '키스신'만 8번이 나와 배우의 광팬이거나, 솔로라면 연말에 더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예쁜 청춘 드라마 한 편 본다고 생각하면 흥미롭게 끝까지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후 군포, 대구, 대구로 내려가 2월까지 관객을 만난다.


'달달한 로맨스'와 '낭만'이 살아있는 연극을 보고 싶다면 웰메이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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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사진 제공 = 샘컴퍼니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