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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깨비 원래 잘생기고 몸도 좋아 공유 제격이다"

구비문학을 연구하는 김종대 교수가 일제의 영향을 받기 전 전통 한국 도깨비는 잘생기고 덩치가 좋아 공유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한국 도깨비는 잘생기고 덩치가 좋습니다. 술도 즐겨 마시고 여자를 좋아해요. 도깨비에는 조선시대 이상적인 남성상이 투영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배우 공유는 도깨비 캐릭터로 적합한 것 같아요."


구비문학과 한국 민속을 연구하는 김종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 도깨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로 분한 주연배우 공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전래동화에 나타나는 도깨비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한 책 '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도깨비가 어떻게 왜곡되고 변형됐는지 분석하고, 전통적인 도깨비 상(像)을 제시했다.


도깨비는 조선시대 세종 대 문헌인 '석보상절'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여러 민담과 설화를 통해 인간과 친근한 존재이자 신앙적 대상으로 전승됐다.


인사이트Facebook 'tvNdokebi'


그는 농경사회인 조선시대에서는 낮일이든 밤일이든 남성은 힘이 강해야 했다면서 "도깨비가 씨름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힘이 세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깨비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세계를 기웃거린다"면서 "도깨비는 재물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돼서 도깨비를 부르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가 불멸의 삶을 끝내려면 인간 신부가 필요하다는 설정은 전통적인 도깨비가 순진하고 여자와 부부가 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도깨비가 저승사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설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Facebook 'tvNdokebi'


"저승사자는 죽은 이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심부름꾼이죠. 하지만 도깨비는 망자가 아니라 산 사람만 접촉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도깨비가 귀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에게 도깨비는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아이들이 보는 '혹부리 영감' 책을 보면 도깨비는 대부분 머리에 뿔이 있고 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는 요괴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 도깨비가 무리 지어 등장하는데, 피부가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 저마다 다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의 유명한 설화인 '모모타로'에서 주인공이 도깨비인 '오니'(鬼)를 사냥하는데, 오니의 생김새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도깨비와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보면 오니는 머리에 한 개나 두 개의 뿔이 있고, 뻐드렁니가 있다. 또 손톱이 날카롭고 몸에 털이 많으며, 한 손에는 육중한 철퇴를 쥐고 있다.


인사이트일본 책에 나오는 '오니'(鬼) / 연합뉴스


김 교수는 "오니가 인간을 심판하고 괴롭히는 존재라면, 옛날 우리 도깨비는 인간과 잘 어울리고 친숙하다"고 말했다.


도깨비의 전통적 의미가 퇴색한 또 다른 이유는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를 중시하는 지금은 남성의 힘이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해안에서 풍어를 기원하며 지내던 도깨비 고사는 대부분 없어졌고, 패류를 양식하는 어장을 운영하는 일부 지역에만 고사가 남아 있다.


김 교수는 "도깨비의 역할과 기능은 이제 끝났지만, 일본 오니를 우리 도깨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도깨비 신앙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 책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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