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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한다"고 마을서 격리됐다 죽은 채 발견된 15세 소녀

네팔에는 생리하는 여성을 '불순'한 존재로 여기고 마을에서 격리시키는 관습이 있다.

인사이트마을에서 격리된 여성들이 사는 '움막'의 모습 / mirror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여자가 생리하면 마을에 재앙과 불운이 닥친다"


네팔의 한 오지 마을에서 '생리하는 여성은 불순하다'는 악습 때문에 외딴 움막에 갇혀 있던 어린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네팔에서 생리한다는 이유로 격리된 15세 소녀가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팔 서부 아참지구 가즈라 마을에 사는 로샤니 타루와(Roshani Tiruwa, 15)는 얼마 전 마을 외곽에 방치돼 있던 낡은 움막으로 보내졌다.


인사이트격리된 한 여성이 움막에 이불을 깔고 있다 / mirror


이유는 '생리를 하고 있다'는 것. 힌두교를 믿는 네팔에는 일명 '차우파디(Chaupadi)'라 하여 생리 중인 여성이나 갓 아기를 낳은 산모를 격리시키는 관습이 있다.


이들은 월경혈이나 출산혈이 마을에 재앙과 불운을 몰고 온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생리 중인 여성은 나이에 상관없이 마을과 동떨어진 헛간이나 움막에서 열흘 가량 머물러야 한다. 이 기간엔 우유와 같은 음식이 제한되며 마을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접촉할 수도 없다.


이러한 관습에 맞춰 마을에서 격리된 로샤니는 추위를 피하려 움막 안에서 불을 피웠다가 연기에 질식돼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mirror


'차우파디'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자 지난 2005년 네팔 대법원은 이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오지 마을을 중심으로 네팔 곳곳에서는 차우파디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많다.


네팔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많게는 10명까지 좁은 움막에서 기거해야 한다"며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질병에 걸려 죽거나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차우파디는 네팔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 중 하나"라며 "월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교육을 통해 다시는 제2의 로샤니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생리한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격리된 채 움막에서 살아야하는 한 여성의 모습 / The Kathmandu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