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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사건 이어 또 청부살해…이번에도 ‘지인’ 동원

범행 동기는 다르지만 친한 지인에게 살해를 사주했고, 살해범은 범행 사실을 시인한 반면 교사범과 브로커는 이를 부인하는 상황은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초기 증거 없어 수사 난항…하마터면 미궁 빠질 뻔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발생한 50대 남성 피살사건은 사업차 알고 지낸 건설사 대표가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조선족을 시켜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범행 동기는 다르지만 친한 지인에게 살해를 사주했고, 살해범은 범행 사실을 시인한 반면 교사범과 브로커는 이를 부인하는 상황은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김 의원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증거가 충분치않아 경찰이 초기 수사에 난항을 겪었으나 7개월간의 노력 끝에 결국 피의자 모두를 구속시켰다.
 
◇ 또 청부살해…같은 듯 다른 듯한 두 사건 = 살인교사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은 살해 계획을 대신 실행해줄 인물로 10년 지기 친구 팽모씨를 선택했다. 

이번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S건설업체 사장 이모(54)씨 역시 본거지인 경기도 수원에서 30년 넘게 알고 지낸 '의형제' 이모(58)씨에게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조선족 김모(50)씨를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 사건 당시 경찰에 붙잡힌 팽씨는 김 의원에게 이용당했다며 범행을 후회했다. 

이번에 검거된 김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만약 내게 돈이 있었으면 돌려주고 손을 떼고 싶었는데 남은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범행했다"며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일을 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웠는데 돈을 준다기에 청부살해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교사범 이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브로커 이씨는 "교사범 이씨로부터 사주를 받은 것은 맞지만 죽이라고 한 적은 없고 조금 손만 봐주라고 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역시 살인을 저지른 팽씨가 모든 범행을 자백한 반면 김 의원은 완전히 부인했던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과 비슷하다. 


다만 김 의원 사건 때와 달리 이번 사건은 범행 전후 상황을 잘 아는 주변인이나 정황증거 등이 더 충분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더 수월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 과정을 아는 사람이 김 의원과 팽씨뿐이었던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브로커 이씨와 애초 범행 대상이던 K건설업체 직원 B(40)씨 등 사건 정황을 잘 아는 인물이 더 있고 진술이 일관된다는 것이다.

청부살해 대가로 건넨 돈의 흐름 일부가 계좌에 남아있는 점, 교사범과 브로커, 실행범 간 통화기록이 충분히 확보된 점도 경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이유다.

◇ 경찰 끈질긴 추적…CCTV 속 발목에 '발목 잡혀' = 김 의원 사건이 발생한 지 2주일 여 만에 관내에서 또다시 유사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 7개 팀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2개 팀으로 꾸려진 수사전담팀은 우선 범행 현장 인근 CCTV를 통해 범행 직후 하나의 '점'으로 보이는 인물이 신방화역 방면으로 급히 도주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 진입로와 예상 도주로에 있는 120여 대의 CCTV를 정밀 분석했고, 용의자가 3월 3일부터 범행 당일인 20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장 주변인 방화동, 공항동 일대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수차례 이동하는 장면을 찾아냈다. 

경찰은 CCTV 속 용의자가 양쪽 발가락이 안쪽을 향하는 '내족보행'을 하는 점을 눈여겨봤다. 이는 성인들에게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어 용의자가 자주 나타난 이 지역 일대에 있는 1천457가구, 약 5천853명의 주민을 개별 면담했다. 특히 원한관계에 따른 범행으로 보고 피해자의 주변 인물 및 통화 상대방, 금전거래자, 소송 상대방 등 1천870명을 중점적으로 탐문했다. 

그런데도 별 소득이 없자 경찰은 지난 7월 CCTV를 다시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용의자가 3월 6일 오후 4시 52분 공항동에 있는 전화국 앞을 걸어갔다가 2분 35초 만에 돌아오는 모습이 무릎 아래로만 찍힌 CCTV 화면에서 특이한 걸음걸이가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은 2분 35초 안에 걸어서 왕복할 수 있는 주변의 현금인출기와 공중전화 등을 뒤져 현금인출기에서 2만원을 인출한 조선족 김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지난 3개월간 경찰이 확인했던 CCTV 속 용의자와 김씨가 동일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갖가지 과학 기법이 동원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의 키를 헤아려보는 신장 계측을 했고,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걸음걸이를 분석했다. 법영상분석소와 민간기관도 별도로 동일인 여부를 감정했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김씨가 용의자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답변을 받은 경찰은 김씨의 통화기록과 금융거래 내역, 차량 이동경로 등을 분석해 피해자 A씨와 송사를 이어온 S건설업체 사장 이씨와 브로커 이씨의 인적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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