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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열차 여행에 제네바 호수가 빠지면 안되는 이유

거리에 스며 있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도 한몫했다. 부유한 사람들의 휴식처로 거듭나면서 이방인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래서 몽트뢰와 브베에서는 유별나지 않지만 특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제네바 호는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는 스위스 호수 중 가장 넓다.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에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들이 자리한다. 그중 몽트뢰와 브베는 유명 인사의 휴양지이자 예술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장소다.

몽트뢰에서 출발하는 골든 패스 라인은 세계 최초의 '파노라마 열차'다. 객차의 가장 앞쪽이 기관사가 아닌 여행자의 공간이다. 삼면이 통유리로 마감된 좌석에 앉으면 압도적인 비경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골든 패스는 츠바이지멘(Zweisimmen), 인터라켄(Interlaken)을 거쳐 루체른까지 계속되지만, 백미는 몽트뢰에서 츠바이지멘 사이의 구간이다. 차창을 통해 그림 같은 제네바 호와 알프스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며칠간 제네바 호수 지역을 돌아본 뒤 골든 패스를 타고 이동하면 훌륭한 일정이 완성된다.

◇ 레장에서 망망한 호수를 굽어보다



올해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여행자에게 제안하는 열쇳말은 '경관'(Views)이다.

스위스는 해발 4천m가 넘는 산봉이 48개에 달하는 나라다. 남쪽에는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산맥, 북서부에는 쥐라산맥이 버티고 있다. 어디서든 눈을 돌려보면 여기도 산, 저기도 산이다.

봉우리를 오르는 방법도 다양하다. 정밀하고 꼼꼼한 사람들이 건설한 약 670개의 산악철도가 깔려 있다. 기차에 탑승하면 창문 너머로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제네바 호수 주변에도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는 많다. 알프스산맥과 쥐라산맥의 접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알프스의 산소'로 불리는 레장(Leysin)이다. 16세기 초반에 생겨난 작은 마을로 햇볕이 잘 들고 날씨가 온화해 과거에는 결핵 환자의 요양지로 정평이 났다.

1950년대 세계적인 체인 리조트인 클럽메드가 개장한 뒤 친환경 여행지이자 휴양지로 자리매김했고, 유명한 호텔 학교도 들어섰다.

레장의 파노라마 체험 무대는 리프트가 운행되는 해발 2천48m의 베르뇌즈(Berneuse)다. 산세에 둘러싸인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을 비롯해 마터호른, 아이거 등이 시야에 들어오는 천혜의 전망대다.

멋진 경치는 쿠클로스(Kuklos) 레스토랑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1시간 15분을 주기로 바닥이 회전해 식사를 하는 동안 사방의 광경이 비친다.

◇ 라보, 세 개의 태양이 낳은 와인



레장에서 제네바 호를 조망한 뒤에는 도시와 마을을 천천히 순례해야 한다.

그런데 몽트뢰에서 로잔(Lausanne)에 이르는 지역에는 유독 포도밭이 많다. 비탈진 대지에 성인의 허리춤에 닿을 만한 포도나무가 정연하게 식재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라보'다.

사실 라보는 경사가 심하고 토질이 좋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이곳에 포도밭을 만든 사람은 가톨릭 사제와 수녀였다. 이들은 11세기부터 산사태를 막기 위해 돌로 벽을 쌓고, 토지를 고르게 해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호숫가에 서울 여의도보다 넓은 포도밭이 조성됐고,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 경관이 태어났다.

라보 사람들은 흔히 세 개의 태양이 포도를 숙성시킨다고 말한다. 남쪽에서 햇빛이 비추고, 호수에 반사된 태양빛도 포도밭을 어루만진다. 마지막은 낮에 데워진 석벽이 밤에 내뿜는 온기다. 덕분에 야간에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아 탐스러운 열매가 맺힌다.

퀴이(Cully)나 에페스(Epesses) 같은 작은 마을에 들르면 맛있는 라보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

◇ 몽트뢰와 브베, 한없이 평화로운 도시



제네바 호수 지역 중에서도 몽트뢰와 브베는 '몽트뢰 리비에라(Riviera)'로 일컬어진다.

리비에라는 본래 프랑스 남동부에서 이탈리아 북서부에 이르는 해안 지역을 의미한다. 니스와 칸, 라스페치아 같은 휴양도시가 리비에라에 속한다.

남쪽으로 바다와 면하고, 북쪽에는 산이 있어서 겨울철에도 그리 춥지 않다. 몽트뢰 리비에라의 지형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단지 바다 대신 호수가 있을 뿐이다.

몽트뢰 리비에라는 19세기 초반에 휴양지로 부상했다. 이전에도 프랑스의 사상가인 루소와 영국의 시인인 바이런이 들르기는 했지만 대중적인 명소는 아니었다.

호텔이 세워지고 철도역이 준공되면서 몽트뢰와 브베로 향하는 발길이 잦아졌다. 개중에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저명한 인물도 있었다.

그룹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여장을 풀었다. 또 찰리 채플린은 1953년 브베로 건너와 25년 동안 살다 숨을 거뒀다.



실제로 알프스산맥에 포근하게 안긴 호수를 바라보면 그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몽트뢰와 브베가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인기 여행지가 된 것은 아니다.

거리에 스며 있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도 한몫했다. 부유한 사람들의 휴식처로 거듭나면서 이방인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래서 몽트뢰와 브베에서는 유별나지 않지만 특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몽트뢰와 브베는 열차로 5분 거리에 있다. 가깝지만, 인상은 다소 상이하다.

몽트뢰는 가파른 언덕에 시가지가 형성돼 있고, 브베는 전반적으로 길이 평탄하다. 호숫가에 늘어선 건물의 면모는 몽트뢰가 더 화려하다.

반면 브베의 호안은 공원이 많고 보다 개방적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차로 오가며 주의 깊게 둘러보면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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