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비잔티움 연대기’ 작가가 쓴 2천년 교황의 역사

‘교황 연대기’는 존 노리치가 25년 이상 구상해 집필한 역작. 교황권의 시초로 알려진 성 베드로에서 시작해 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교황의 역사를 정리했다.


ⓒinsght

교황 요한 바오로 1세(1912∼1978)는 프란치스코 교황 못지않게 권위를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1978년 8월 26일 교황에 선출된 요한 바오로 1세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벽돌공과 전기공으로 일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교황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이름을 함께 썼다. 그는 첫 연설에서 "교황 요한의 지혜로운 마음도 없고, 교황 바오로처럼 교양도 없고 준비된 사람도 아닌데 그분들의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비잔티움 연대기'로 잘 알려진 외교관 출신 영국 작가이자 역사가 존 노리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교황 연대기'에서 요한 바오로 1세가 거만함이라면 질색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즉위식을 거부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교황의 통치권, 신품권, 교도권을 상징하는 삼중관도, 군중 사이에서 어깨 높이로 교황을 태우고 운반하는 교황의 가마가 없어진 것도 요한 바오로 1세 때였다.

'짐'(朕)이라는 표현도 없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겸양과 검소함, 정직과 가난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다.

ⓒ바다출판사

요한 바오로 1세는 교황이 되기 전에는 적이 없었지만 그가 과시적 요소를 모두 없애고 왕관마저 거부하자 전통주의자들은 경악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으레 추가로 지급되는 한 달치 봉급을 반으로 줄이라는 결정도 인기를 떨어뜨렸다.

그는 1978년 9월 29일 새벽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33일의 짧은 교황 생활을 마감했다. 1605년 26일간 재위했던 레오 11세 이후 가장 짧은 임기였다.

66세였던 그는 무척 건강했지만 검시나 부검은 없었다.

저자는 "살아서 임기를 꽉 채웠다면 조용하고 온화한 미소가 가득한 이 남자는 교회에서 혁명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교황 요한 23세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보다 더 극적이고 뜻깊은 혁명을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톨릭 교회를 획기적으로 바꾼 기념비적 사건이다.

'교황 연대기'는 존 노리치가 25년 이상 구상해 집필한 역작이다.

교황권의 시초로 알려진 성 베드로에서 시작해 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교황의 역사와 유럽사를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에게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왕관을 씌워 준 레오 3세, 십자군 원정을 이끈 인노첸시오 3세, 반종교 개혁의 선봉에 섰던 바오로 3세, 나폴레옹과 투쟁했던 비오 7세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두 차례 세계대전 기간에 교황직을 수행한 베네딕토 15세, 반유대주의자를 혐오한 비오 12세, 그의 총애를 받았던 요한 23세와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도 소개했다.

저자는 "많은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왔는데 그중 적지 않은 이가 영적인 행복보다 세속 권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