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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지 않다’가 ‘반대편에 베팅하다’로 오역되다

지난해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한 말이 정확하게 통역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책‘오역의 제국’ 개정판은 이처럼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오역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책『오역의 제국』개정판. ⓒ도서출판


지난해 12월 6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한 말이 정확하게 통역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는 의미로 통역됐고, 일각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오역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 장관까지 해명해야 했다.

이에 대해 서옥식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은 최근 펴낸 '오역의 제국'(개정판)에서 '베팅 발언'은 '미국이 한 말을 어길 것으로 베팅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미로 '미국이 한 말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bet against'는 구어체로, '반대편에 투자하다'가 아니라 '~에 대해 희망을 접다' '~에 대해 신뢰하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 같은 해석은 더 명확해진다고 한다.

바이든 부통령의 '베팅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태평양 유역 재균형 결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실행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말 다음에 나왔다.

결국 '베팅 발언'의 숨은 뜻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게 좋은 베팅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오역의 제국'은 이처럼 각종 오역의 예를 소개한 사례집이다. 영화, 가요, 외교 문서, 언론 보도, 소설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오역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명 'bath'가 '목욕'으로 번역되거나 영화 '007'에 나오는 'Dr. NO'를 '노 박사'가 아닌 '의사는 필요 없다'고 오역한 예 등을 흥미롭게 전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대한 핵폭탄 투하, 독일의 미국 백악관 폭격 포기, 미국의 베트남 전면전 개입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도 오역과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연합뉴스에서 외신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다. 13년간 외신부(현 국제뉴스부)에서 일하며 오역과 싸웠다.

개정판은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심판들이 러시아 피겨 선수에게 점수를 몰아줬다는 보도와 관련한 오역,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카뮈의 소설 '이방인' 관련 오역 논쟁,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과 관련한 오보 등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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