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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권, 권력, 계급과 맞물려 성장한 축구의 역사

축구의 탄생부터 돈, 권력, 인종, 계급, 폭력과 맞물린 성장까지 방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축구의 세계사 - 공은 둥글다’가 발간됐다.


Rumanía mi país/flickr

"근대 세계에 대한 어떤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 완전할 수 없다. 동시에 어떤 축구사도 근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사를 추적하지 않고서는 그 경로를 묘사할 수 없다."(25쪽)

무려 1천200쪽이 넘는 두터운 분량의 책이 오로지 축구의 역사만을 다뤘다.

축구의 탄생부터 돈, 권력, 인종, 계급, 폭력과 맞물린 성장까지 방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축구의 세계사 - 공은 둥글다'가 발간됐다.

축구는 현재 193개국인 유엔(UN) 회원 수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공식 기구에 가입한 스포츠다. 올해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수는 203개나 된다.

전 세계 인구의 1/6이 직접 이 스포츠를 즐긴다. 지구촌 곳곳에는 5천만 개의 축구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영국 스포츠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골드블라트는 책에서 '여러 민족이 각자 즐기던 단순한 공놀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계인이 열광하는 '영국식 축구'로 성공하게 됐는지 추적한다.

근대국민국가의 탄생, 제국주의와 식민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탈식민화와 국가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부상, FIFA와 다국적 자본의 결합 등 세계사의 변화 속에서 축구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나갔는지 조망한다.

저자는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에서 현대 축구의 기원을 발견한다. 축구가 자본주의 성장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지배계층이 깨달았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지배계급의 기독교적 남성상은 단체경기를 함으로써 가장 잘 양육, 발달될 수 있으리라 주장되었다. 학교에서의 운동경기는 공동 목표의 추구를 통해 옛 귀족계급과 새로운 부르주아지를 한데 결합시키는 가장 완벽한 수단을 제공했다."(58쪽)

축구 규칙을 둘러싼 알력과 패싸움, 축구가 노동계급의 유일한 놀이거리로 전환되는 과정,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을 구분 지으면서 축구에 대한 헤게모니를 유지하려 한 지배 계층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신간 『축구의 세계사 - 공은 둥글다』ⓒ실천문학사


또 축구가 영국을 벗어나 제국주의와 함께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가게 된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정치의 동원수단으로 성장한 일화 등도 소개한다.

세계 축구사의 이정표를 장식한 주요 경기들과 위대한 축구 영웅의 이야기도 상세하게 다뤘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의 축구사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축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시아에서 사상 두 번째로 월드컵에 진출한 이야기부터 프로리그의 출범, 월드컵 4강 신화 등도 분석했다.

"유교적 전통은 축구의 기본적인 원칙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한국선수는 골을 넣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결코 자기 것으로 하는 법이 없으며, 항시 자기 대신 골을 넣을 '형'을 찾는다"는 레오나르도 페트로프 전 한국 국가대표팀 통역의 말을 소개하는 등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 축구의 특수성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워낙 양이 방대한 만큼 번역가도 세 명이 투입됐다. 서강목, 이정진, 천지현 씨가 나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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