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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묵은 '마음의 빚' 털어낸 老교수

한 80대 역사학자가 '여관비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와 돈 50만 원을 여관이 있던 지역에 기부한 소식이 알려졌다.

 

"70년 전 여관비를 갚고 싶습니다"

 

지난달 25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80대 역사학자가 '여관비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와 돈 50만원을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면장에게 보낸 소식이 알려졌다.

 

편지 글에 따르면 그는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고향인 영양으로 가는 길에 청송군 진보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는 돈이 없어 고향 가는 길에 트럭을 얻어탔고, 트럭 운전자가 진보에서 주행을 멈춰 어쩔 수 없이 내린 것이다.

 

날은 저물었고 갈 곳이 없었다. 사람들이 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 역시 한 곳을 택해 들어갔고, 여관비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며 잠을 청했다.

 

마음의 근심 때문이었을까. 새벽녘에 눈을 번쩍 뜬 그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 길로 여관을 빠져나와 영양으로 갔다.

 

70년 전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평생 마음의 짐이 됐다던 그는 진보에 당시 자신이 묵었던 여관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진보면 면장에게 돈을 부쳤다.

 

그는 편지 말미에 "(마음의 짐을 덜) 방책이 서지 않아 궁리한 것"이라며 "50만원을 동봉하니 이 돈으로 진보면 여관 업무에 사용해달라"고 적었다.

 

진보면은 면내 숙박업소 6곳에 그의 사연을 담아 '양심 거울'이라고 쓰여진 거울과 비누 등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