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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환자들 구하느라… 아버지 못 구한 소방관

28일 새벽 구조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 홍모 씨는 임무를 완수하고 뒤늦게 치매로 인해 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헤맸으나 결국 주검을 마주해야 했다.

ⓒYTN


불과 6분 동안의 불길이 2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장성 요양병원 화재 현장.

28일 새벽 구조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 홍모 씨는 임무를 완수하고 뒤늦게 치매로 인해 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헤맸으나 결국 주검을 마주해야 했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 28일 0시 27분께. 비번이었던 홍 씨는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별관 2층 남쪽 맨 끝 병실 안에서 난 불은 불과 6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30여 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불이 비교적 손쉽게 꺼진 것과는 달리 2층에서 자고 있던 50∼90대 환자 34명과 이들을 돌보던 간호조무사 중 대부분은 순식간에 2층 전체를 뒤덮은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시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2명만이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별관 전체를 책임지고 있어 수십명의 노인들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소방관들이 서둘러 노인들을 업고 건물 밖으로 구조했지만 이미 연기를 많이 마신 뒤였다.

소방당국은 치매,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수십명을 구조하기 위해 인근 소방서의 가용인력을 총동원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새벽 장성 요양병원 화재 현장 출동 지시를 받은 홍 씨는 설마 하는 불안감을 안은 채 황급히 소방서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홍 씨의 염려는 현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치매를 앓던 70대 아버지가 입원한 바로 그 요양병원이었고 하필 아버지의 병실이 있는 층에서 불이 났다.

ⓒYTN


그러나 유독가스에 얼굴과 환자복 곳곳이 검게 그을린 채 의식마저 희미한 노인들이 별관 앞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고 병실 안에 환자들이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버지 생사를 먼저 따질 수는 없었다.

바로 구조 임무에 들어간 홍 씨는 화재 현장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아버지의 행방을 찾았다.

아버지는 2층에 있던 34명의 환자 중 스스로 탈출한 6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미 밖으로 구조돼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불안한 가슴을 죄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등진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구조에 나선 119대원들도 상황이 종료된 오전 6시가 넘어서야 홍 씨의 아버지가 사고 현장에서 숨진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한 동료 소방관은 "구조작업을 하던 중 뼈를 다쳐 광주의 한 병원에서 장기 요양 중인 어머니가 떠올라 불안하고 괴로웠다"며 "하물며 아버지의 병실에 먼저 들어가지도, 동료들에게 대신 구해달라고 부탁하지도 못하고 묵묵히 구조를 수행한 홍 씨의 심정이 어땠을지 말로 헤아리기도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씨는 "오전 4시께 아버지가 이송된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 현장에서 구조 원칙과 팀원들과의 합의를 저버리면 더 많은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아버지가 무사하시길 마음 속으로만 빌며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