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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 믿음으로 시작된 비즈니스

세월호 침몰사고의 배후로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 일가가 지목됐다. 참담한 사건의 시작이 ‘돈’과 ‘종교’의 부적절한 결합에서 시작됐던 것은 아닐까. 비즈니스가 된 종교사업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해법을 살펴봤다.

 

종교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종교와 자본의 밀회

세월호가 침몰한지 3주가 지났다. 모두가 믿지 못할 참사에 마음을 다쳤다.  침몰한 세월호가 이미 ‘물 위에 떠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였음이 밝혀졌고, 그 배후로 세월호의 실 소유자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 일가가 지목됐다.

 

지난 1987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오대양 사건’의 배후이자, 이단 종교단체 ‘구원파’가 유 전 회장과 연관됐다는 사실에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배후에는 종교 마피아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담한 사건의 시작이 ‘돈’과 ‘종교’의 부적절한 결합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이번 사고 이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이단 종교단체 구원파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비리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고 한국 사회 곳곳에 유 전 회장이 세력이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과 탈세, 횡령 등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검찰의 칼날은 유 전 회장과 구원파를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전 유병언 회장 일가의 재산은 무려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외에 차명으로 감춰둔 재산은 천문학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유 전 회장이 교주로 있는 구원파와 세모그룹, 청해진해운 등 관련 인사들의 연관성이 이미 드러난 상태. 여기에 가수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로 유병언 일가의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의혹마저 불거졌었다.

 

사회적 책임 없다? 윤리의식 없는 종교

사실 구원파(救援派)는 단일 교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초 대구에서 발생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인 구원파의 공식 명칭은 기독교복음침례회(基督敎福音浸禮會)다. 권신찬-유병언 파, 이복칠 파, 박옥수 파 등 크게 3개의 다른 교파를 이루고 있으며, 침례회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침례교(기독교한국침례회)와는 관련이 없다.

 

그들의 교리 중 특기할 만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그 핵심교리는 1. 구원은 깨달음이며, 구원 받은 후의 삶은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다. 2. 예배와 기도는 일하는 것이다. 3. 모든 종교행위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4. 사회적 책임은 없다.

 

이상의 4가지 교리는 기존 기독교의 교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의 교리는 일반적인 종교의 교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구원받은 후의 삶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상은, 구원 이후에는 그 어떤 윤리적인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livegate.tistory.com/637

 

 

 
 

이는 ‘사회적 책임은 없다’는 교리와 결합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거대한 ‘왕국’을 만들었다. 윤리적이고도 사회적인 책임이 도외시되면서 ‘구원파’에 남은 것은 ‘종교’라는 이름의 ‘비즈니스’였다.

 

구원파의 신도들은 노동을 착취당하면서도 부당함을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노동’은 신성한 ‘예배와 기도’ 자체이기 때문에, 아마도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은 ‘신성한 행위’에 대한 모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신도들은 교주에게 착취당한 셈이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 사건의 원인 역시 내적으로는 이들의 교리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외면이 곧 ‘목숨’과 ‘돈’을 맞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비리로 얼룩진 교단들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돈’과 결합하면서 비극적인 사건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간 끊임없이 있어왔다. 비단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종교와 돈의 잘못된 만남은 횡령, 탈세, 세습 등의 끊임없는 잡음과 비리를 만들어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 일가가 수천억 원대의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법정싸움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종교가 얼마나 밀접하게 돈과 연관돼 있으며, 종교가 하나의 비즈니스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반증이다.

 

통일교는 ‘하나의 종교이자 곧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하나의 국가’라는 평가도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하다. 통일그룹의 경우 그 자산규모는 2009년 기준 1조 7361억 원에 이른다.

 

교주였던 문선명 총재가 사망한 이후, 교단 상속 및 재산 분할 등에 대한 논란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통일교에서도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교단의 세습과 재산 상속 등 ‘돈’에 관한 것이다.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이전투구와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원불교에서는 교구소속 사제가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약 2억 원 가량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에게는 후원금, 행사비, 상조회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사실이 밝혀진 것. 비리 사제와 시설에 대해 재단이 침묵하는 동안 시설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투쟁에 나섰다. 

 

이단이든 아니든, 교세가 작은 종교 단체의 경우에도 세습이나 비리 등의 무수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정통 교단이 아니며, 규모가 작은 교단의 경우는 사업체를 통한 횡령이나 배임보다는 신도들의 재산을 편취하고 해외로 도주하는 등의 사건이 이어진다.

 

한국 종교, 가장 쉬운 '비즈니스 모델'



 
ⓒ인사이트

    

종교가 쉽게 비즈니스화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가장 쉬운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되기 때문. 2012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생활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 한국 종교 인구는 55.1%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 만약 종교를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면, 그 시장은 어마어마한 수준인 것이다. 신도들을 상대로 한 사업이야말로 가장 용이한 비즈니스가 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교회, 성당, 사찰에 내는 헌금과 시주등의 자금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해마다 신도들에게 거둬들이는 헌금의 종류가 추가되고, 안 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종교 헌금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인이상 가구당 월평균 종교 기부금 지출은 41692원으로 가계 기부금지출의 89.9%를 차지했다. 총 가구수를 감안하면, 종교헌금은 년간 9조 760억으로 추산된다. 사실 교회나 사찰 등은 회계 공개의 의무가 없다. 따라서 전체적인 자금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종교계가 거둬드리는 헌금의 규모는 통계청의 자료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

 

더욱이 ‘종교’라는 이름을 다는 순간, 그 이름을 둘러싸고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교주와 신도의 관계는 조금만 삐끗해도 쉽게 ‘주인과 종’의 관계로 전락하기 쉽다.

 

교주가 잘못된 의도를 품고 있을 때는 그 진전이 더욱 빠르다. 교주는 신도를 현혹하고, 신도는 교주를 맹신한다. 교주의 말 한마디가 곧 ‘신의 언어’로 인식되기 때문에, 신도는 아무런 의심 없이 교주의 말을 따른다. 당연히 배임과 횡령, 편취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종교가 타락할 경우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보다 더 무서운 것도 성직자와 신자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2013년 11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비리를) 알지만 안 믿고 싶은 것"이라며 "매개체가 부패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자기 부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믿고 따랐던 만큼 비리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교인들 숫자가 십일조로 보인 적도 많았다"며 "한국의 성직자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너무 쉽게 ‘돈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고백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