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팽목항 울린 언니의 ‘손글씨 대자보’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사고 현장 인근인 팽목항에 한 장의 대자보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에 대자보들이 나붙고 있다. ⓒtistoy

  

바다 밑에서 얼마나 배고프고 힘드니

수색한단 말만…제대로 하는건 없어

 

엄마는 청와대 가다 결국 진압당했지

마치 성난 폭도 대하듯이 말야

 

내 바람은 네가 무사히 돌아오는것과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이런 악몽

다신 겪지 않는 건데…모르겠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사고 현장 인근인 팽목항에 한 장의 대자보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하고 있다.

  

어린 동생을 찾지 못한 대학생 언니가 손글씨로 쓴 대자보에는 동생에 대한 애끊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비통함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22세의 박모씨로 동생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18일 오전 진도 팽목항으로 도착했다. 귀국할 때만 해도 동생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지만 아직도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하얀 대자보 종이위에 굵은 펜으로 “무책임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바다에 갇혀 있게 해서 미안해. 언니가 더 예뻐해주고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지금 우리 ○○이. 바다에 있든 하늘에 있든 정말 보고싶다. ○○아, 사랑해”라고 적었다.

  

이 대자보는 길을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특히 “○○아, 지금 추운 바다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을지 상상도 안 간다. 너보다 조금 더 나이 많은 이 언니는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라는 말로 시작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박씨는 그래도 정부를 믿었다. 하지만 이내 절망했다.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지난 22일 팽목항에 늘어선 임시 천막에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정부 대책에 대한 절망감을 적은 대자보 2장을 붙였다.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적었다.

  

박씨는 “작은아버지, 이모, 삼촌, 엄마가 분노해 청와대를 향해 몇십㎞를 갔는데…. 결국 진압당했어. 마치 성난 폭도들을 대하듯이 말야”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물밑에 있는 동생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 “이 사회는 너와 언니가 생각하는 만큼 도덕적이지 않구나… 언니는 이렇게 큰일이 천안함, 삼풍백화점처럼 일주일, 한 달의 악몽으로 국민들 머릿속에서 지워질까봐 두려워… 언니의 바람은 우리 ○○이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과 이 잘난 정부가 정신 차리고 앞으로 ○○이와 언니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이런 악몽을 다신 겪지 않는 건데. 모르겠다”고 적었다.

  

어디 박씨만의 아픔이겠는가. 팽목항 임시 천막에는 하루빨리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가족들의 글들이 가득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춥고, 배고프시고, 무섭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아빠의 가족들 모두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꼭 무사히 끝까지 버티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아빠.”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