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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하루 1시간 자며 '알바'해 빚 3억 5천만원 갚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

채권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버린 이씨는 가족들과 함께 이리저리 숨고, 피해 다녀야만 했다. 주민등록까지 말소됐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여전히 하늘이 어둑한 오전 6시 30분. 이종룡씨는 분주하게 떡 배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그의 일과는 시작된다. 오전, 오후, 밤, 새벽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이씨의 하루에 주어진 여유는 단 1시간 30분이다. 나머지 22시간 30분은 떡 배달, 신문 배달, 차량 운전, 목욕탕 청소 등의 스케줄로 가득 찼다.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한다.


이씨는 이런 생활을 10년간 이어왔다.


그의 삶이 처음부터 아르바이트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에는 전북 전주시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당시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갑작스럽게 사업이 휘청거렸고, 거래처가 하나둘 끊기면서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까지 감행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고, 그가 투자했던 돈은 당시 3억 5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으로 되돌아왔다.


채권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버린 이씨는 가족들과 함께 이리저리 숨고, 피해 다녀야만 했다. 주민등록까지 말소됐다.


이씨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이런 신세에 불평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이씨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술, 담배, 도박 등 모든 것을 끊고 오로지 아르바이트만 했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하지만 다시 수입이 조금 생기자 이씨의 다짐은 무색해졌다. 그 돈을 들고 다시 술을 마시고 도박판으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에 전기와 가스가 끊겼는데, 컴컴한 집에서 흐느껴 울고 있던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은 이씨가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고생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반성의 의미로, 그는 니퍼로 자신의 송곳니 2개를 뽑았다.


이후 힘들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씨는 자신의 송곳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제는 얼굴에 웃음도 사라졌다.


아르바이트를 7개로 늘렸다. 할 수 있는 일들은 모조리 도맡아 하면서 돈을 벌고, 하루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쉬었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2008년 10월 29일이 됐다. 이날은 이씨가 빚 3억 5천만원을 모두 갚은 날이다.


이씨는 이날 오열했다. 빚을 모두 갚았다는 기쁨, 지난날에 대한 후회,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2009년에는 '3억 5천만원의 전쟁'이라는 책도 펴내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 자신의 일에 위축되고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극단적인 노동을 견뎌냈던 이씨는 결국 2012년 대장암으로 쓰러졌고, 약 2년 뒤인 2014년 향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인사이트MBC '시사매거진 2580'


그렇게 생을 마감했지만 이종룡씨는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과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언제나 말했다. "망했다고 생각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