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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막기 위해 실종된 아들 주민등록 말소시킨 엄마

지난 13일 EBS1에서 방영된 '다큐 시선'에는 20여 년째 아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그려졌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인사이트] 김천 기자 = "아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지난 13일 EBS1에서 방영된 '다큐 시선'에는 20여 년째 아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혜경(58)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혜경씨는 단 한순간도 지난 '1997년 4월 20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혜경씨는 집에서 약을 먹고 누웠다. 독한 약 기운은 금세 잠에 빠져들게 했다.


그 사이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3살 하늘이는 홀로 집 밖을 나갔다.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행방불명 되고 난 뒤였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아들이 실종된 이후 혜경씨는 밥을 넘기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하늘이가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아이를 찾기 위해 생업도 포기하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단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엄마는 자신의 실수로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눈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날아든 통지서는 혜경씨의 가슴을 한 번 더 무너뜨렸다.


병무청은 주민등록등본에서 하늘이를 말소시키지 않으면 병역기피자가 된다고 했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데, 돌아오리라 생각하는데. 아들을 병역기피자로 만들 수 없었던 엄마는 울면서 동사무소를 갔다.


그리고 등본에서 하늘이를 말소시켜달라고 했다. 가슴이 아팠다. 부모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엄마는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자신의 손으로 아들의 이름을 지웠다는 생각은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혜경씨는 아직도 끊임없이 자책한다. 등본을 뗄 때마다 아들의 이름이 없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들이 실종된 것에 더해 서류상에서 마저 아들을 잃은 혜경씨. 그는 오늘도 공허한 하루 속 쓰린 가슴만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