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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으로 멍투성이였던 여성이 다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

때리는 남자친구를 두려워하면서도 또 다른 강한 남성을 사귀게 되는 여성들의 심리가 밝혀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너 또 그런 남자친구 사귀니?"


친구 A는 지난해 3개월 사귄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폭행과 사과가 패턴처럼 반복되기를 1개월째.


공원 데이트 중 말싸움이 터지자 그녀의 남자친구는 다시 A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폭행으로 얼굴이 멍투성이가 되어서야 A는 경찰서에서 겨우 안전하게 이별할 수 있었다.


한동안 밖에도 나오기 힘들어하던 A는 어제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며 소개해줬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그녀를 배려하는 듯했지만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 바로 A의 전 남자친구처럼 말이다.


그녀의 행동이 굉장히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A와 같은 선택을 하는 20~30대 여성들은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 대중문화 속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연애 불능 시대에 대해 다룬 책 '이토록 두려운 사랑'(김신현경, 민음사)에서는 여성들의 이런 반응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으로 설명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작품에서 여자 주인공 홍설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유정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유정은 남자친구인 동시에 공적 파트너가 되어 형편이 어려운 홍설이 장학금을 탈 수 있도록 돕는 일 등으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


홍설 입장에서는 무척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에 위협적으로 변하고, 지켜주는 것 같으면서도 상처를 안기는 유정의 행동은 한편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을 지니고 있는 그가 언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으로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반비, (우) gettyimagesBank


때문에 얼굴, 학벌, 집안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그도 안전한 사람은 아니라고 여성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 김신현경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유정과 같이 '두려운 남자'를 원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을 경우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비롯한 강력 범죄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혹시'라는 의문을 뒤로한다.


그리고 다시 안전을 위해 '강한 남자'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